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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검경 ‘무능’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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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유령'을 쫓아 40일을 헤맸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은 6월12일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노숙자로 판단해 일반 '변사 사건'으로 처리했다. 발표대로라면 검찰은 이미 죽은 사람을 잡겠다며 지난 21일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
40일 전에 이미 유 전 회장을 암시하는 유류품이 발견됐지만 경찰은 대충 넘겼고, 검찰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얼마나 무능했으면 그랬겠느냐는 반응이 뒤따른다.

'무능'은 누군가를 비판할 때 쉽게 쓰는 말이지만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최면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유 전 회장 변사체 발견으로 세월호 수사의 중심축이 사라졌다. 그를 정점으로 한 수많은 의혹도 실체를 드러내기 어렵게 됐다.

누군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그런데도 '검경이 무능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까. 검경의 발표는 의문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유 전 회장이 왜 숨졌는지, 자살인지 타살인지, 안경은 왜 없으며 돈 가방은 어디로 갔는지 등 의혹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검경의 발표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됐다고 믿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무엇인가 찜찜하고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을 것이란 반응이 대부분이다. 검경은 무능 뒤에 숨어 있지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은 결코 무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보다는 때론 무능하고 때론 '너무 유능'하다. 권력 입맛에 맞는 사건 처리에는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반면 권력이 부담스러워 하는 사건 처리에는 "이렇게 무능할 수 있는가"라는 반응이 나올 결과물을 내놓는다.

유병언 변사체를 둘러싼 검경의 행태는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왜 수사권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사법체계를 흔들며 전례가 없다는 말로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궁색한 변명 아닐까. 고용노동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이 단속 업무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나.

중요한 건 누군가의 유불리가 아니다.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의혹의 실체를 가리는 일이다. 권력이 부담스러워하는 사건 처리에 '특유의 무능함'을 보이는 수사당국의 처분에만 맡긴다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혹이 과연 해소되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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