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새로운 경제팀의 경제인식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LTVㆍDTI 규제 완화에 큰 기대감을 보이진 않고 있다.
그러나 은행이 부동산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혼합형을 중심으로 특판 경쟁을 벌이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완화되어 대출이 대거 몰릴 경우 은행에는 부담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발표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 방안'의 후속 조치로 고정금리(혼합형 포함) 대출의 비중을 올해 20%, 내년 25%, 2016년 30%, 2017년 40%까지 높이도록 금융사에 요구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비중을 맞추기 위한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다.
외환은행도 금리 인하 경쟁에 뛰어들어 금리를 3.25~3.42%로 연초 대비 1.47~1.49%포인트 인하했다. KB국민은행도 혼합형 대출 금리를 연초보다 최고 1.29%포인트 내렸고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혼합형 대출 금리도 최고 0.86%포인트, 0.64%포인트씩 인하했다.
이런 출혈 경쟁으로도 일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주담대 대출 비중은 금융당국의 올해 목표치 20%를 아직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치를 채우더라도 지속적으로 비중을 높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규제 완화로 더 심화될 금리 경쟁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LTVㆍDTI 규제가 풀리면 타행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은행들의 금리 경쟁이 격화될 것이며 은행에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급락하거나 악화되면 여신건전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중한 경제정책 운용을 주문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