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삼성생명 이어 명예퇴직 추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지난 2월초부터 삼성중공업 경영진단에 돌입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4.2% 급감하는 등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것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총 100명의 감사단을 투입해 2002년 이후 12년만에 경영진단에 돌입했다.
업계에서 삼성중공업에 대한 경영진단이 사태파악 차원이 아니라 사실상 '감사'라고 분석했다. 경영실적 뿐 아니라 저가 수주, 납품 비리를 포함해 임직원들의 기업윤리까지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4개월의 장고 끝에 삼성그룹이 명예퇴직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들고 나선 배경에는 제2의 삼성엔지니어링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원가 보다 낮은 가격에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뒤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와 동일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부실 규모는 약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8년 조선 경기가 나빠지자 신사업인 해양플랜트로 눈을 돌렸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계약 1건당 10억~20억 달러에 달한다. 당시 관련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했던 삼성중공업은 원가를 제대로 따지지 않은채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다. 이후 막상 실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선주측이 제시한 특정 기자재를 사용하는 등 당초 예상보다 추가 경비가 많아 원가 이하에 수주한 사례들이 대거 드러난 것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원가 대비 최대 15~20% 손실이 났을 가능성이 높은 사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저가 수주를 감추며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처럼 현 상황 대로라면 삼성중공업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조선ㆍ해양부문의 비중은 유지하면서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E&I 부문의 비중은 대폭 줄이거나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해양 사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96.5%, 건설 사업은 3.5%씩이었다.
아울러 서울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설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경영지원 관련 인력은 거제 본사로, 설계와 연구 인력은 경기도 판교로 이동하면서 경영과 연구 두 축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감사를 받는 직원들 사이에서 구조조정과 관련된 소문이 나오고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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