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ㆍ저성장 시대 자산배분전략의 핵심
이 같은 추세는 자산배분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저금리ㆍ저성장 시대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자산배분이 필요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돈의 흐름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1994년 말 745억달러에 불과하던 대외투자 잔액은 1996년 1000억달러를 돌파한 뒤 꾸준히 늘어 20년 새 13배 이상 증가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4년 이래 IMF 외환위기가 터졌던 1997년과 9ㆍ11 테러가 발생했던 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졌던 2008년 등 세차례를 제외하곤 거의 매년 두자릿수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경영권을 수반하는 직접투자의 경우 올 1분기말 2342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55억달러(2.4%) 늘었다. 직접투자 역시 1998년과 2001년을 제외하곤 대체로 두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대외투자가 급증하는 것은 다양한 투자 주체들이 해외에서 생존 전략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우물 안 개구리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 해외투자 비중 20% 육박= 금융사나 기업은 물론 주요 연기금들도 해외 투자를 점점 늘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최적의 자산배분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과 분야를 개척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큰손' 국민연금은 2001년 1000억원 규모의 해외 투자를 시작한 이래 해외 투자 비중이 꾸준히 늘어 올 1분기말 현재 82조원으로 전체의 19.3%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주식이 44조3000억원(10.4%), 해외 대체투자가 19조7000억원(4.6%), 해외 채권이 18조4000억원(4.3%) 규모로 투자되고 있다.
해외 투자의 수익률은 국내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직접 1.61%, 간접 4.36%에 머문 반면 해외 주식은 무려 21.2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체투자 역시 해외 수익률이 8%대로 국내의 두배 수준이었다. 채권에서만 국내 수익률이 2%대로 해외(0.33%) 수익률을 앞질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라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투자 정책 수립을 위해 '해외투자 종합계획 기획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대학 교수 등 민간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됐으며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및 위험관리 전략을 짤 방침이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도 해외투자 비중을 두배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2%대에 불과한 해외 주식 및 채권 투자 비중을 올해 모두 4%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대중국 투자 빠르게 증가…1000억달러 근접= 우리나라의 해외 투자는 미국과 유럽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아직까지는 선진국 위주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준비자산(금과 미 달러화 등 외화 준비를 위해 편입돼 있는 자산)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잔액은 지난해 6078억달러로 이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7%다. 지난 2005년 30.0%까지 올랐던 미국 투자 비중은 이후 감소세를 타고 있다. 유럽 역시 2005년 20.0%였던 비중이 유럽 재정위기를 전후로 감소하면서 지난해 18.1%로 내려갔다.
반면 중국 비중은 2002년 9.3%로 한자릿수에 머물다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 16.1%로 확대됐다. 동남아 전체 비중(16.6%)과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 대외투자 잔액도 지난해 979억달러로 1000억달러에 육박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232억달러)과 중국(186억달러)ㆍ동남아(129억달러) 순으로 대외투자가 크게 증가했다"며 "지역별 투자 형태를 보면 중국(56.2%)과 동남아(41.3%)는 직접투자, 미국(45.4%)과 유럽(40.0%)은 증권투자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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