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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말레이시아 국제항공권, 단돈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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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살깎기 나섰던 동남아 항공사, 확장 경쟁 자제 들어가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동남아시아 하늘을 주름잡던 저비용항공사들이 급상승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동남아의 대표적 저비용항공사인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타이거항공이 최근 여객기 주문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신규 노선을 열고 편수를 늘려 항공권 공급을 증가시켜왔다. 그러나 늘린 항공 좌석에 승객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가격 경쟁을 더 벌여야 했고 이로 인해 경영수지가 악화됐다.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 항공기. 사진=블룸버그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 항공기.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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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티켓 20달러짜리도 나와= 저비용항공사들이 치른 가격전쟁의 단적인 결과를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항공권 가격이 보여준다. 비행시간이 65분인 이 국제선 항공권은 요즘 단 20달러에 살 수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비용항공사 난립이 빚은 초저가의 예로 이 요금을 들고 이는 싱가포르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택시 요금과 비슷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ㆍ태평양 항공여행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왔다. 2011년에 시장점유율 30%로 세계 최대 시장이 됐다. 북미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9%, 유럽은 27.5%였다.
아시아ㆍ태평양 항공시장은 커졌지만 항공사 경영은 점점 힘들어졌다. 외부 경영환경이 나빠진 탓이 아니라 단기에 여러 저비용항공사들이 시장에 비집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WSJ는 인도에서 인도네시아,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저비용항공사가 2009년 30개에서 이제 47개로 늘었다고 전했다.

아시아ㆍ태평양 시장의 경쟁은 동남아에서 가장 거세게 전개됐다. 생애 최초로 해외여행을 하는 동남아 항공여행객이 빠르게 증가했다. 이 항공여행객 중 절반 이상이 저가 항공권을 끊는다. 에어아시아와 타이거항공, 인도네시아의 라이언에어 등 저비용항공사가 이 지역 노선에서 큰 몫을 차지하기 위해 공세적인 경영을 폈다.

◆아시아 국제항공여행 주춤= 중국 경제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게 되고 이 지역 무역 규모가 위축되면서 최근 동남아 항공교통량 증가율이 떨어졌다. 국제항공수송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아시아 국제항공여행객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항공권 좌석이 5.3% 증가한 데 비하면 수요가 공급에 크게 미달했다.

"요금이 정말 심하게 경쟁적이다. 매년 이 지역 노선에 새로 투입되는 항공기 대수가 관건이다." 싱가포르 소재 항공기 리스 업체인 BOC 에이비에이션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마틴은 이같이 말하며 "비행기를 많이 주문했다가 이를 바로잡으려는 조치에 들어간 항공사가 있다"고 들려줬다.

WSJ는 최근 에어아시아가 이미 올해와 내년으로 예정된 에어버스의 A320 항공기 19대 인수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에어아시아는 A320 기종 대신 효율이 더 뛰어난 A320네오나 신형 엔진을 장착한 비행기를 주문하기로 했다. A320 기종으로 운항하면 연료비를 이전보다 15%까지 절감 가능해 저가 항공권 시장에서 비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의 여객기. 사진=블룸버그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의 여객기.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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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타이거항공은 올해와 내년에 인도받을 예정이었던 A320 9대의 주문을 취소하고 대신 A320네오를 37대 발주했다. 타이거항공은 신형 항공기를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인도받을 예정이다.

타이거항공은 필리핀 사업을 매각했고 지난달 인도네시아 합작사업 '타이거항공 만달라'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아시아는 인도 취항을 몇 개월째 연기하고 있다. 또 전일본항공과 이견이 있긴 했지만 일본에서 추진하려던 합작사업에서 발을 뺐다.

◆타이거항공이 가장 타격= 저가 항공권 경쟁으로 인한 출혈의 정도는 항공사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타이거항공은 지난 3월 결산한 회계연도에 7660만달러 순손실을 냈다. 에어아시아는 지난 회계연도에 1억1000만달러 순이익을 올렸다.

또 대응이 축소 일변도는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라이언에어는 여전히 공격적이다. 이 항공사는 올해 새 제트기 38대를 예정대로 인도받을 방침이다. 라이덴 프랜시스 대변인은 WSJ에 "인도네시아 국내 항공시장은 여전히 성장한다"며 "우리는 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더 작은 저비용항공사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물러났고, 라이언에어는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 국내 항공시장 점유율을 현재 50%에서 앞으로 60%까지로 키운다는 목표를 잡았다.

◆싱가포르항공도 휘청= 저가 항공권 공급이 늘어난 영향은 일반 항공사에도 미치고 있다. 아시아 대형 항공사인 싱가포르항공은 최근 지난 3월 마감한 전분기 영업손실이 6000만싱가포르달러(약 49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600만싱가포르달러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승객 1인당 매출이 감소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세이 퍼시픽 같은 다른 국적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항공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승객 수를 유지하기 위해 요금을 낮춰야 했다며 이로 인해 승객 1인당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FT는 이달 초 베트남 저비용항공사 비엣젯에어가 싱가포르와 호치민시를 오가는 노선을 개설했다고 예를 들었다.

저비용항공사는 장거리 국제선 노선에도 취항하고 있다. 에어아시아의 장거리 노선 자회사 에어아시아X는 지난달 방콕~서울ㆍ도쿄ㆍ오사카 노선을 개설했다. 싱가포르항공은 "이번 분기 좌석 예약은 목표 수준에 이를 것"이라면서도 "승객 1인당 매출은 계속 감소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항공사들이 항공권 공급을 늘리면서 공격적인 요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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