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성남FC 감독…11개구단 감독 중 10명이 제자 "실력으로 이기겠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넘친다. 체력이 달리지 않겠느냐고 묻자 "나랑 한 번 뛰어보겠느냐"고 되받아친다. 삼국지에 나오는 노장 황충을 연상케 한다. 시민구단으로 바뀐 친정 팀 사령탑으로 18년 에 돌아온 박종환 성남FC 감독(76ㆍ사진)이다.
박 감독의 현장 복귀는 2006년 11월 대구FC에서 물러난 뒤 7년 만이다. 역대 최고령 감독의 귀환은 40~50대 감독들이 주축인 K리그에 오히려 신선한 자극이다. 박감독이 11개 구단 감독 가운데 부산의 윤성효 감독(52)을 제외한 10명이 선수시절 클럽과 대표 팀에서 박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지난 3일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환갑을 넘겨 15년 만에 프로에 돌아온 이차만 경남FC 감독(62)조차 박감독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예의를 갖췄다.
하석주 전남 드래곤즈 감독(46)은 "국가대표 선수 상견례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처음 마주쳤는데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박 감독은 "승패는 승패니까 실력으로 이기겠다.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별렀다.
박 감독의 부임에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편에선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해 중장년층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장 감각이 무뎌졌을지 모르고, 젊은 선수들과 소통이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있었다.
동계전지훈련을 거쳐 두 달여간 동고동락한 선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골키퍼 전상욱(35)은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해 두려웠지만 겪어보니 자상하시고 훈련 외에는 최대한 자율을 보장해주신다"고 했다. 그는 또 "터키에서 김치찌개를 끓여주셨는데 선수들이 모두 감탄했다"고 덧붙였다.
김치찌개는 박 감독이 선수단과 교감하는 연결고리다. 1983년 멕시코청소년대회 때도, 일화와 대구FC 감독 시절에도 선수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 먹이며 딱딱한 이미지를 누그러뜨렸다. 손자뻘 되는 성남FC 선수들과도 같은 방법으로 거리를 좁히고 있다. 박 감독에게 김치찌개의 비법을 묻자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와서 먹어보라"고 했다.
공격적인 축구 스타일은 변함없다. 박 감독은 '파도축구'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파도치듯 공격하면서 상대를 휩쓸겠다는 뜻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벌떼 축구'와 다르지 않다. 그는 재미있는 경기를 약속했다. 그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축구장을 찾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박 감독은 9일 오후 2시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리는 경남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개막전에서 복귀전을 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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