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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발레리나 '발레 음악, 귀보다 몸으로 듣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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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씨, 경희대 무용학과 석사과정 수료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생후 4개월 만에 고열로 청력을 잃고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발레리나. 청각장애 3급을 극복하고 올해 경희대 무용학과 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한 고아라(26ㆍ사진)씨 이야기다.

고씨는 "대학원까지 수료하게 돼 기쁘다"면서 "다른 동료와 똑같이 발레를 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각 장애의 일종인 '감각신경성 난청'을 앓고 있는 고씨는 보청기를 이용해도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음악에 맞춰 발레 동작을 구사하는 발레리나에게는 치명적이다. 이 장애물을 고씨는 오로지 '할 수 있다'는 의지와 노력으로 뛰어넘었다.

지난 2007년 창작 발레 '강아지 똥'을 시작으로 '돈키호테' '난센스' '아리랑' 등 15개가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2012년엔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한국 대회 본선에서 성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틈틈이 어학 공부를 해 영어와 러시아어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노력파'이기도 하다.

느린 아다지오(Adagio) 음악은 귀에 익을 때까지 반복해서 들어보고, 빠른 알레그로(Allegro) 같은 경우는 우선 박자를 익히는 데 집중했다. 솔로 안무가 포함됐던 '강아지똥'을 연습할 때는 음악을 끼고 살았다.
고씨가 장애에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발레리나의 꿈을 키워가는 데는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그의 어머니는 딸이 장애 때문에 사회에서 움츠러드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딸에게 미술, 컴퓨터, 피아노 등을 가르쳤고 특수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보냈다. 비장애인과 생활하며 고씨는 갖은 연습 끝에 수화가 아닌 구화(口話)를 구사하게 됐다. 그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어렸을 때 밤낮 없이 말 연습을 했다"며 "입에 볼펜이나 막대기를 물고 'ㅋ' 발음을 느끼고, 수백 번을 연습해 '파' 발음을 냈다"고 말했다.

이후 고씨는 덕원 예술고를 거쳐 경희대 무용학과 학부와 대학원에 진학했다. 현재 그는 '무용을 통한 청각장애인의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연구에 관한 동향 분석'이라는 가(假)주제로 석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고씨는 "아무래도 내가 장애가 있다 보니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장애인이 무용에서 어떤 신체적ㆍ정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학계에서 어느 정도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지 공부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장애를 뿌리치고 비상(飛上)한 고씨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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