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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뻔뻔하고 용감한 영화들이 더 많아져야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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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관능의 법칙'에서 도발적인 주부 '미연' 역 맡아

문소리 "뻔뻔하고 용감한 영화들이 더 많아져야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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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흔히들 40대를 '불혹(不惑)'의 나이라고 한다.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흔들림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영화 '관능의 법칙' 속 40대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넘어진다. 오히려 유혹하고 유혹당하면서 삶의 기쁨을 찾는다. 연하의 남자와 연애하는 골드미스 신혜(엄정화), 도발적이고 뻔뻔한 주부 미연(문소리), 딸 눈치 보며 연애하는 싱글맘 해영(조민수)에게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라는 꼬리표보다는 '여자'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린다.

2003년 '싱글즈'를 통해 서른을 목전에 둔 여성들의 일과 사랑, 우정을 솔직하게 그려내 많은 공감을 얻어냈던 권칠인 감독이 이번에는 40대 여성들의 속내를 담았다. 남성 주인공 일색의 영화판에서 4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나온다는 소식에 충무로에서는 "과감한 기획"이라느니 "도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원래 50대 여성을 다루려다 한 단계 낮춘 건데도 말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문소리는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아니었으면 하기 힘든 과감한 기획"이며 "40대 이야기를 한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막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이 마흔에 들어선 문소리는 "처음에는 내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관심도 없다가 가장 마지막에서야 캐스팅됐다"며 "'관능의 법칙'은 공감과 웃음, 판타지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20대의 이야기였으면 훨씬 더 도전적이고, 전복적인 결론을 낼 수 있었겠지만, 40대는 아무래도 안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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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가 맡은 '미연'은 밤마다 남편을 닦달한다. 남편을 유혹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코스프레까지 하는 등 성생활에 적극적이다. 일주일에 세 번은 해야 직성이 풀린다. 아내에게 시달린 남편은 몰래 비아그라를 먹으며 피곤해한다. 한국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캐릭터인데, 그래서 그런지 관객석의 반응은 미연이 등장할 때 가장 뜨겁다. 전작 '스파이'때는 온 몸으로 웃겼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눈빛과 몸짓으로 관객을 웃게 한다.

"당연히 몰입되지 않았죠. 일주일에 세 번 요구하는 장면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이잖아요. 현장에서도 제 별명이 '함 하자'씨였어요.(폭소) 근데 상대역인 이성민 선배랑 호흡을 맞추는 순간, 그 상황과 대사가 믿겨지게 되더라고요. 도대체 이 '미연'이라는 여자는 다른 시간에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해봤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떠나서 이 여자의 일주일 스케줄을 제가 한 번 그려봤죠."
문소리가 분석한 '미연'은 오히려 "가정에 충실한, 보수적인 여자"다. "아마 첫 연애 때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서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살았을 것"이란다. "이 사람, 저 사람도 못 만나보고, 그저 가정만 가꾸는데 최선을 다하는 여자"라는 색다른 해석이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아마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예를 들면, 겉은 (밝히는) '사만다'이지만 속은 (얌전한) '샬롯'이 바로 '미연'일 거에요. 영화에 드러나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설정해놓지 않으면 이 캐릭터는 완전 '가짜 캐릭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노출신은 여전히 부담스럽죠. 하지만 워낙 옛날부터 부담스러운 거를 많이 담당해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겪는 동안 세 여성은 서로의 곁을 지키면서 응원해준다. 여전히 사랑받고 싶어하는 소녀의 마음을 가진 이들이지만 40대에 찾아온 고민과 갈등은 무게부터 다르다. 문소리는 "예전에는 내 문제와 내 일이 너무 중요했는데 이제야 친구들이 주는 위로, 위안이 왜 중요한지 알겠다"며 "일은 죽을 때까지 하고 싶고, 우정과 사랑은 남은 인생에서도 늘 잘 붙들고 있어야 할 것들"이라고 말한다.

영화 '관능의 법칙'이 의미가 있는 것은 표준계약서를 적용해서 만든 첫 한국영화라는 점이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식사 시간, 출퇴근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며 촬영했고, 퇴근 이후 시간의 잔여 작업에는 시간외수당이 청구됐다. "영화 자체가 소소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작품이어서 계약서대로 가기 좋았어요. 밤샘 촬영도 없었고. 어떤 날은 감독님이 딱 정시에 퇴근해서 '투잡 뛰어도 되겠어요'라고 농담까지 할 정도였죠."

40대의 여배우가 충무로에 바라는 점은 "안정적이고 뻔한 기획영화보다는 다양하고 과감한 영화들이 더 많이 제작되는 것"이다. "한국영화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이건 저 혼자만의 힘으로 안되는 거잖아요. 용감한 영화들에 많이들 지지를 해주셔야 합니다. 앞으로도 일 년에 한 편 이상씩은 좋은 작품을 꼭 하는 것이 꿈이고, 소망입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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