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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등 돌린 韓-日, '경제'도 끊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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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자위권·안중근 표지석 문제로 관계 악화된 두 나라
일본선 갤럭시 안 팔리고 한국선 시세이도 판매 줄어…주변국만 어부지리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황준호 기자, 최대열 기자, 김승미 기자, 오주연 기자] '안중근 표지석' 문제로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관계 역시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2대 교역국이고 한국은 일본의 3대 교역국이다. 한류로 인해 한참 가까워졌던 한일관계가 일본의 연이은 우경화 정책과 망언으로 인해 감정과 시름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극일(日), 극한(韓)의 이념만이 남았다. 양국 기업 간 경쟁은 심화되고 두 나라의 소비자들은 상대 나라의 제품들을 외면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댜오)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과는 사뭇 다르다. 두 나라는 정치·외교적으로는 맞서고 있지만 경제 관계에서는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어 우리나라 재계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전자·자동차, 한일관계 악화로 주변국 '어부지리'= 일본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중국 업체들과 협력,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도전장을 냈다. 재팬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소니, 도시바, 히타치가 합작을 해 만든 회사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회사 이름에 국가명을 집어넣을 정도로 '극한'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중국 화웨이와 ZTE 등 스마트폰, 태블릿PC 업체와도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한국산이라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대신 애플의 '아이폰'이 어부지리를 얻었다.

자동차 분야서도 서먹한 한일관계가 잘 드러난다. 현대차는 최근 개막한 일본 도쿄모터쇼에 대형트럭을 비롯한 상용차만 전시했다. 기아차는 최근 현지 법인을 청산했다.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보니 판매량도 급감했다.
국내 시장서도 일본차 비중은 급감하고 있다. 한때 수입차 시장 점유율 30%를 넘겼던 일본차는 지난달 10.7%까지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유럽차가 한국과 일본에서 오히려 인기를 끈다.

◆철강은 주도권 다툼, 항공은 승객 급감= 두 나라의 대표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신일본제철 간 치열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변압기나 모터의 철심에 사용되는 전기강판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 신일본제철은 포스코가 자사의 전기강판 특허를 침해했다며 포스코를 상대로 986억엔(약 1조3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및 전기강판 제조·판매 중단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대응해 포스코도 같은 해 7월 대구지법에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내 맞서고 있다.

항공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방사능 우려에 이은 일본의 엔저 현상과 정부 차원의 우경화로 인해 양국 간 승객 수가 급감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올 3분기 일본 노선 매출 비중은 11%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포인트가량 줄었다. 3분기 유상여객 킬로미터(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숫자에 비행거리를 곱한 합계)도 20%나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사아나항공 관계자는 "10월 초부터 인천~센다이 노선을 주 7회에서 주 4회로, 인천~시즈오카 노선은 주 7회에서 주 5회로 각각 줄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필품서는 상대국 상품 신뢰 못해= 생필품 쪽에서도 한일 관계의 악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사능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상한 감정이 한국산, 일본산 물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9월 일본산 화장품 수입액은 약 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주요 유통채널에서 일본산 화장품 판매도 저조하다. A백화점에서는 일본산 화장품의 판매부진으로 올해 들어 매출 신장세가 눈에 띄게 줄었다. 2011년 11.1%, 2012년 3.7%의 신장세를 보이던 화장품 매출이 올 1분기에는 -3.4%, 2분기에는 -2.8%로 역신장했다.

A오픈마켓에서는 SKⅡ, 시세이도 등 일본 브랜드 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8% 하락했다. 일본산 가쓰오부시를 부재료로 한 우동 판매도 뚝 떨어졌다. 롯데마트는 올 1∼9월 가쓰오부시가 포함된 우동 판매량이 -12.2%를 기록해 역신장했다. 편의점 CU에서도 가쓰오부시가 들어간 우동컵라면은 매출이 최대 2.5%가량 감소했다.

◆민간 차원의 교류 컨트롤타워 부재= 더욱 심각한 것은 민간 차원의 교류 컨트롤타워도 없다는 점이다. 정치·외교 분위기가 냉각될수록 민간단체들이 앞장서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런 민간단체들의 교류를 진두지휘하던 한일민간교류협회가 조석래 효성 회장의 검찰 수사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차례 두 나라 경제관련 민간단체들이 화해를 시도하며 서로 상대국을 방문하고 교류 확대를 시도하고 있지만 조 회장의 수사가 진행되며 현재는 발길이 끊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긴장감이 매일같이 더해진다 해도 재계에선 활발한 민간 차원의 교류가 벌어지며 두 나라의 경제 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말아야 될 상황인데 오히려 민간과 경제 관계가 정치권보다 더 빨리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확대하고 정치와 경제를 이원화시켜 두 나라 사이의 실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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