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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급식소' 시행 50일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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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사1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급식소. 길고양이 한 마리가 목을 축이기 위해 가까이 다가섰다.

▲ 암사1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급식소. 길고양이 한 마리가 목을 축이기 위해 가까이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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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더이상 도둑고양이 아닙니다. 길고양이들이 더이상 쓰레기통 뒤에서 눈치 보면서 밥 먹지 않았으면 해요."(50대 캣맘·고덕2동)

서울 강동구가 주관하는 '길고양이 사료그릇 시범사업'이 시행 50여일째를 맞았다. 급식소 설치 이후 눈에 띄는 갈등은 없었지만 마냥 순조롭지도 않았다는 게 캣맘들의 고백이다. 소나기가 잦았던 지난 주말 급식소를 찾았다.
◆ "군데군데 곰팡이까지…시행착오 중" = 길고양이 급식소는 만화작가 강풀과 지역 캣맘들로 구성된 미우캣보호협회(이하 미우캣), 강동구청이 힘을 모아 지난 5월31일 첫 선을 보였다. 당시 길고양이 관련 민원을 줄이고 동물보호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로부터 50여일 후, 다시 찾은 성내1동 급식소는 애초에 설치된 장소가 아닌 빌딩외벽 소화전 옆으로 옮겨져 있었다. 당시 가장 먼저 설치돼 주목을 끌었지만 잦은 비로 인해 군데군데 곰팡이 자국이 생겼고, 최초 배포된 사료그릇 대신 1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비를 막기 위한 비닐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강동구청, 강동소방서, 여권민원실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된 급식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붕이 있는 곳에 놓인 급식소일수록 상태가 새것처럼 양호했고, 사료그릇도 제자리에 있었다. 간혹 인스턴트 햄 등 주민들이 음식을 놓아두고 간 곳도 있었다.
김미자 미우캣 화장은 "처음 시행하다 보니 이래저래 시행착오를 겪는 것 같다"면서 "비가 자주 오니까 천정 있는 곳에 (급식소를) 놔두고 내부를 자주 닦아주는 것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다음번에는 밑단을 높이고 재질을 플라스틱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강동구 성내1동 주민센터 앞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내부가 장마철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피어 있다. 반면 여권민원실 앞에 놓인 급식소는 보존상태가 양호했다.

▲ 강동구 성내1동 주민센터 앞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내부가 장마철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피어 있다. 반면 여권민원실 앞에 놓인 급식소는 보존상태가 양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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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장소를 약간 바꾼 곳도 있었고, 성내1동 캣맘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깨끗하게 씻은 일회용 그릇에 담아주는 게 고양이들의 위생을 위해서 좋다고 생각한다"며 "고양이들이 밥 주는 사람을 피하지 않고 때가 되면 그 자리에 다시 오는 게 기특하다"고 전했다.

◆ "밥그릇 비었어요"…달라진 민원 풍경 = 강풀작가가 기부한 사료와 사료그릇(급식소)은 18개 동 주민센터를 비롯해 총 25곳에 설치됐다. 이후 센터를 오가며 급식소를 자주 들여다보는 주민들로 인해 오해 아닌 오해도 사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고양이들은 야간에 활동하기 때문에 캣맘들이 주로 저녁 6시 전후에 밥을 주고 간다"면서 "이 때문에 낮에 동 주민센터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사료와 물이 없는 것을 보고 관리가 소홀하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식소 운영비용은 개인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급식소를) 구청에서 주관하는 복지사업으로 생각해 자신이 집에서 기르는 동물의 사료그릇과 사료 지원을 요청하는 민원도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둘기가 와서 사료를 먹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때마침 강동소방서에 설치된 급식소에는 검은색 비둘기 한 마리가 사료 근처를 어슬렁거리면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 강동구청 입구 계단 위(좌) 수도사업소에 놓인 급식소. 비가 오는 날에는 급식소를 계단 내부로 들여 놓고 있다.

▲ 강동구청 입구 계단 위(좌) 수도사업소에 놓인 급식소. 비가 오는 날에는 급식소를 계단 내부로 들여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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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보호도 좋지만…불편 호소하기도" = 지난달 초 동물학대 처벌을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동물애호가들은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중성화수술(TNR) 건수도 지난 5월과 6월 총 50건으로 전년도 42건보다 조금 늘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관심이 없는 주민들이 대다수다. 이 때문에 캣맘들은 "학대나 안하면 다행이다"고 입을 모은다.

김 회장은 "설치 초기 왜 우리 건물 앞에 놓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며 "한참을 설명하고 이해시킨 후에야 급식소를 그 자리에 놓을 수 있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사료가 있는 곳으로 고양이들이 모일 뿐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데 여전히 중성화수술(TNR)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근의 한 식당주인은 급식소가 가까이에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급식소 설치 후 달라진 점을 묻자 "썩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어 "사료그릇 때문에 주변에 모이는 고양이가 더 늘어났다"면서 "식당 뒤편 식재료 창고에까지 고양이가 드나들고 있으니 아무래도 불편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같은 시선에 대해 한 캣맘(56·암사2동)은 "길고양이는 물론이고 여전히 캣맘들의 활동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예전보다는 인식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전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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