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어질러진 장난감을 정리하다 문득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 "주인은 분명 입주기업인데 전혀 대접을 못 받고 있다"고 한 데스크의 말이 떠올랐다. 대접받지 못하는 주인의 설움이 이렇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들이 이 일정을 소화하기까지의 과정은 너무도 눈물겨웠다. 지난 4월3일 북한의 일방적 출경금지 조치에 이어 5월3일 우리측 인원의 전원 철수 후 입주기업인들은 설비가 녹슬어 간다며 애태웠지만 공단에 갈 수 없었다. 우리 정부는 입주기업들의 방북 신청을 신뢰프로세스의 구축이 먼저라며 허락하지 않았고 북은 이렇다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재가동부터 할 것을 요구했다. 팽팽하게 대립하는 남북 정부 사이에서 입주기업인들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며 호소했지만 이들에 대한 배려를 찾긴 어려웠다. 긴박한 상황에선 주인을 따지기 보다 권위자의 얘기를 들어야한다는 식이었다. 물론 정치체제가 다른 남북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다.
그러나 남북은 모든 것을 잃어야 할 처지에 놓인 주인의 심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에 따르면 투자기업들은 50년간 토지 사용권, 건물은 영구적인 소유권을 갖는다. 적어도 이 기간만은 남북 정부가 아닌 입주기업인이 개성공단의 주인인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 협력 사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기본을 바로 잡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인인 기업인에 대한 배려가 가장 기본이 돼야 하지 않을까.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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