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 골동품 상가 둘러보니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1980년대만 해도 일본인뿐 아니라 서양사람들이 이곳을 꽤 찾았는데, 요새는 손님 한두 명 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젠 골동품과 함께 늙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그러나 물건들에 비해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인들 외에 손님들은 뜸하다. 다른 가게로 들어가 봤다. '다행히도' 손님들이 있었다. 젊은 일본인 관광객 셋이서 놋숟가락이며 바늘쌈지를 만져보며 구경하고 있었다. 이들은 3만원짜리 놋주걱을 사면서 "요리사 친구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 최춘희(54ㆍ여)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이 꽤 답십리 물건들을 많이 사 갔지만 지금은 50년 이상 된 문화재는 방출을 무조건 못하게 돼 있을 뿐더러 지난해 독도문제에다 최근 엔저까지 겹치면서 손님 발길이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답십리역 뒤편으로는 이곳 '답십리고미술상가' 뿐 아니라 동쪽으로 '장한평고미술상가'가 있다. 서쪽 상가에 96개, 동쪽 상가에 45개, 총 141개 점포가 영업중이다. 서화, 목기, 도자기, 민속품, 석물, 외래유물 등 종류별 골동품만 총 25만점을 보유해 전국 최대 규모다.
점포주인들 중에는 20~30년간 이곳을 지켜온 50~60대가 많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골동품을 판매하고 있는 진성당 대표 이옥자(64ㆍ여)씨는 "일반인들이 골동품이라고 하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편견이다"며 "골동품은 장식, 무늬, 용도, 상태 등에 따라 그 가치가 매겨지는데 그 중에는 싼 것들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50년 전까지 가정에서 흔히 쓰던 개다리소반은 이곳에서 30만원에 팔린다. 아주 오래된 토기와 고려청자는 각각 15만원, 30만원대에도 구입이 가능하다. 100년 전 집에서 쓰던 작은 옹기는 2만~3만원대로 지금 생산되는 옹기보다 오히려 더 싼 편이다. 옛날 궁궐에서 썼던 옷장인 주칠이 된 '내사장'과, '경기도 3층 찬장', 벼루나 붓을 담아두며 작은 탁자처럼 썼던 '연상' 등은 품위 있는 디자인과 단단한 재질로 지금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씨는 "예를 들어 오래된 찬장을 사는 외국 손님들은 그곳에 포도주병을 넣는 등 목공예품을 실생활에 쓰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가게 주인 이점숙(58ㆍ여)씨는 "옛날에는 시골에서 중간거래상들이 옛 물건들을 이곳 답십리로 가져오고, 국내 소장가들이나 외국 관광객들에게 판매했는데 워낙 거래가 저조하다 보니 물건들이 순환조차 안되고 있다"며 "우리 골동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답십리 고미술상가가 계속 살아남을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 서울시는 이곳 일대를 명소화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말에 상인들이 결성한 답십리고미술회와 함께 답십리 부흥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이 일대의 낙후된 상가 건물을 개선하고 각종 골동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장을 마련하며 '골동품 투어' 프로그램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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