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돌아갈 순 없었다. 2시간 넘게 지켜보던 안내 데스크의 경비원이 보다 못해 "만나고 싶으면 사전에 약속을 미리 잡고 와라"고 타이른다. 잠시 뒤 그의 부서원들이 내려왔다. 회의가 길어질 테니 잠시 이야기나 나누잔다.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상황이 변했다, 정권의 의지로 하는 사업이었다, 정부가 연구용역을 주면 우리는 타당성 검토만 할 뿐이다"는 말을 반복했다. 2조5000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데 '기여'한 이들의 해명치고는 구차하기 그지없었다.
그를 기어코 만나려고 한 건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라고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러나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직원들도 마지못해 해명을 늘어 놓은 뒤 "오늘 절대 만날 수 없으니 돌아가라"며 기자의 등을 떼밀었다.
아라뱃길의 실패가 그의 탓만은 아니겠지만 제2 제3의 경인아라뱃길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선 그의 당당한 설명부터 필요하다. 그를 반드시 만나야겠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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