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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를 스토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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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그를 만나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루 종일 전화를 해도 계속 회의ㆍ출장 중이라며 통화가 되지 않았다. 다음날 사무실로 직접 찾아갔다. 여전히 계속 회의 중이란다. 퇴근할 때까지 기다릴 테니, 회의 끝나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한시간 넘게 안내 데스크 옆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렸다. 다시 전화를 넣었다. "회의가 아직 안 끝났다. 적어도 오후 8시까지는 회의가 계속될 테니 기다리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냥 돌아갈 순 없었다. 2시간 넘게 지켜보던 안내 데스크의 경비원이 보다 못해 "만나고 싶으면 사전에 약속을 미리 잡고 와라"고 타이른다. 잠시 뒤 그의 부서원들이 내려왔다. 회의가 길어질 테니 잠시 이야기나 나누잔다.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상황이 변했다, 정권의 의지로 하는 사업이었다, 정부가 연구용역을 주면 우리는 타당성 검토만 할 뿐이다"는 말을 반복했다. 2조5000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데 '기여'한 이들의 해명치고는 구차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2009년 1월 이명박 정부의 국토해양부가 경인아라뱃길 사업 추진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경제성 분석 용역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박 모 책임연구원(현 공공투자관리센터 소장)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아라뱃길 사업 추진의 명분을 제공한 핵심 실무자다. 하지만 25일로 공식 개통 1주년을 맞이한 경인아라뱃길이 당시 KDI의 예측보다 화물통행량은 10분의1, 여객수송량은 2분의1에 그치고 있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을 해야 하는 그는 만나기조차 어려웠다.

그를 기어코 만나려고 한 건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라고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러나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직원들도 마지못해 해명을 늘어 놓은 뒤 "오늘 절대 만날 수 없으니 돌아가라"며 기자의 등을 떼밀었다.

아라뱃길의 실패가 그의 탓만은 아니겠지만 제2 제3의 경인아라뱃길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선 그의 당당한 설명부터 필요하다. 그를 반드시 만나야겠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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