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10대그룹 주요 상장사가 최근 엔저로 5000억원 이상 환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엔화로 돈을 빌렸는데 엔화 가치가 떨어지며 반대 급부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10대그룹 대표 상장사 10곳의 지난해 말 기준 엔화 순부채(부채-자산)는 총5조1042억원이다. 조사 대상 10개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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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다. 포스코가 1조7776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롯데쇼핑(1조117억원), 삼성전자(9637억원), 대한항공(9071억원) 등이 5000억원 이상 엔화 순부채를 손에 쥐고 있다. SK와 현대차는 각각 1505억원, 1500억원을, 현대중공업은 736억원을 들고 있다.
엔화 순부채가 있으면 엔저가 이어질수록 환차익을 거둔다. 올초 이후 지난 25일까지 원ㆍ엔환율은 1243.72원에서 1118.13원으로 10% 하락했다. 같은 기간 10개사가 거둔 환차익은 515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 롯데쇼핑(3905억원)과 GS(1091억원)의 당기순익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실적 규모가 큰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9개사의 당기순익은 총3조360억원이고, 이들 9개사가 거둔 환차익은 총4181억원이다. 분기 당기순익의 13%가량을 이미 엔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으로 확보한 셈이다.
분기 당기순익 대비 환차익 비중을 비교해 보면 대한항공이 65.33%로 가장 높다. 대한항공은 올 들어 거둔 환차익이 전분기 당기순익의 절반 이상에 이른다는 소리다. 이어 포스코(31.99%), 롯데쇼핑(26.16%), 한화(4%), SK(2%), GS(3%), 삼성전자(1%), 현대차(0.8%) 순이다.
환차익 수혜에서 비껴있는 곳도 있다. LG전자는 엔화 순부채가 0원이라 엔화 손익이 없다.
일각에서 예측하는 것처럼 원ㆍ엔환율이 세자릿수로 떨어지면 10개사의 환차익은 1조43억원(원ㆍ엔환율 999원 기준)으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주말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저 정책이 사실상 용인되며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4∼2007년 엔저 시기 때 원ㆍ엔환율은 700원대까지 내려갔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이 강력한 양적완화 의지를 보이고 있고 G20도 글로벌 저성장 탈피를 위해 일본의 완화를 용인해주고 있다"며 "엔화 약세의 여건들이 조성되며 엔화 움직임과 일본 투자자들의 행보에 금융시장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엔저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지만, 최근 환율과 수출 가격의 상관관계가 느슨해져 예전만큼 큰 충격을 주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다만 "엔화 약세 지속 가능성에 대비해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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