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엔저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지난주 99엔대까지 오른 엔ㆍ달러 환율이 조만간 4년 만에 100엔 선 위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된다.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도 더욱 촉진될 것 같다. 지난해 9월 이후 20% 하락해 100엔당 1100원대로 떨어진 원ㆍ엔 환율은 머지않아 1000원대로 더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 '1달러=100엔=1000원 시대'가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환율이 움직이고 있다.
이번 엔저ㆍ원고는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적어도 2년간은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도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국제 유동성의 전반적인 팽창이 초래하는 환율 급변동의 위험 속에서 엔저를 견뎌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똑같이 양적완화로 맞대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기축 통화국도 아니고 내수시장도 크지 않아 양적완화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환율 급변동 위험에 대응해 거시 건전성 3종세트 등 외자 유출입 관리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필요하면 토빈세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기업은 환리스크 헤지에 만전을 기하면서 이번 엔저ㆍ원고 위기를 원가 절감과 기술ㆍ품질 등 비가격 경쟁력 강화 기회로 역이용해야 한다. 우리에겐 이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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