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이정석)는 20일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의원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박 의원은 모두 진술을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법정에 선 것이 송구스럽다”고 운을 뗀 뒤 미리 준비해온 서면을 읽어나갔다.
그는 “이번 사건은 야당 탄압의 일환으로 시작된 엄청난 표적수사”라며 “검찰은 저축은행 비리로 나를 구속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양경숙 사건에서는 대검중수부까지 동원했으나 내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 측 변호인도 “박 의원은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검찰의 끊임없는 회유와 협박으로 인해 임 회장 등이 허위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으로 법정에 선 임석 회장은 검찰 측 심문에서 "돈을 건넨 장소와 시기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박 의원의 전 비서관 이씨에게 2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법정은 저축은행 사건의 실질적 피해자인 노인 40여명과 취재진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으며 공간이 없어 미처 들어오지 못한 피해자들은 복도에서 대기했다. 재판이 시작할 무렵 박 의원이 법정에 들어서자 노인들이 일제히 “내 돈 내놔라”, “서민들 피 빨아먹는다”며 고함을 질러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재판장은 “저축은행 사태로 피해 본 사람이 많은 것은 알지만 원활한 재판진행에 방해가 될 경우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대표를 선정하면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옥주 전국저축은행비상대책위원장은 "법원이 정치자금 문제를 가볍게 보는 것 같아 불만"이라는 뜻을 휴정 시간을 통해 재판부에 전달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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