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사외이사를 전직 관료나 정치인의 자리 봐주기 정도로 인식하지만, 취지에 맞게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선진 외국기업 사례는 많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 18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16명이 '독립적 사외이사'다. 모든 이사는 2~3개 소위원회에서 활동하며, 1년에 두 차례 이상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파악한다. 2001년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을 목격하고 엄격한 이사회 규정을 만들었다. 독일 BMW와 지멘스도 경영이사회와 별도로 독립적인 인물로 구성된 사외이사회를 운영한다.
미국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진의 경력, 학력, 금전관계, 인간관계 등을 명시하고 대주주나 경영진과 독립된 인물만이 맡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 국제기준에 맞춰 사외이사 자격 요건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도입 15년째인 사외이사 제도가 정착하지 못한 데에는 대주주와 CEO의 책임이 크다. 사외이사를 동창회 멤버 정도로 생각해선 안 된다. 대정부 로비스트나 방패막이, 이사회의 거수기로 여기는 것은 더 위험하다.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는데 도움이 될진 몰라도 기업을 스스로 좀먹는 행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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