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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칼럼]'창조경제'보다 '창조정치'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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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봄이 꽃과 함께 오듯 인간사의 봄은 새 학기와 더불어 온다. 새로 산 책가방에 담긴 새 교과서와 공책, 새 담임선생님과 친구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는 가슴은 희망, 꿈, 설렘 등 봄의 언어로 가득 찬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로 딱 2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다가오는 설렘과 기대는 간 데 없고 정당ㆍ정파 간 공방만 요란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자체의 문제를 떠나 여야 간 기 싸움이 감정싸움으로 번져 엉킨 모습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첫 국민담화를 통해 진심을 몰라준다며 야당에 날을 세웠다. 청와대나 여당이나 야당 모두 네 탓만 있지 내 잘못은 없다.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여당의 대통령 눈치보기-야당의 발목잡기'의 3자 합작품이다.
대통령으로선 선거에서 진 민주통합당의 처지, 전당대회에서 정식 선출되지 않은 임시 지도부의 입장을 배려했어야 했다. 그 자신이 과거 10년 동안 야당 지도자로 있지 않았던가. 민주당도 집권 시절 기억을 떠올려 지금 대통령이 어떤 심정인지 헤아렸어야 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결합하는 창조산업을 일으켜 경제를 살려보겠다며 내놓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온전히 출범시키려 든다는 점을.

급기야 박근혜 정부는 매주 화요일 열려 온 국무회의를 두 차례나 걸렀다. 정권 이양에 관계없이 결정돼야 할 정부의 주요 안건이 쌓였다.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도 했지만, 인사 청문회를 거친 장관 내정자에 대한 임명까지 미룬 대통령의 책임도 적지 않다.

독선과 일방통행의 불통정치로는 창조경제의 꽃은커녕 싹도 트기 어렵다. 대화와 타협, 상대를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창조정치'가 이뤄져야 창조경제도 가능하다. 굳이 정부가 창조 운운하며 일일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 정치가 발목을 잡지 않고, 정부가 애먼 규제를 하지 않으면 민간은 알아서 성장하고 글로벌 무대로 날아오른다.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에서 이상화의 스피드 스케이팅, 강칠구의 스키점프, 지난주 원윤종ㆍ전정린의 봅스레이 우승까지 불모지로 여겨졌던 동계 스포츠에서 젊은 선수들의 진화를 보라. 세계가 호흡하는 한류의 경쟁력도 그동안 우리가 체험한 자유화, 민주화, 개성 및 다양성 존중의 산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설득과 대화의 창조정치 시동을 걸어야 한다. 이는 아버지 박정희의 그림자와 제왕적 대통령 이미지를 벗는 길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공화당 상원의원 12명을 백악관 인근 호텔로 초대해 저녁을 함께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연방정부 예산 자동감축(시퀘스터)을 놓고 대립하던 공화당의 태도는 오바마의 만찬 초청 이후 누그러졌다. 150년 전 남북전쟁 와중에 노예제 폐지를 명시한 수정헌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한 것은 밤중에 혼자 반대파 민주당 의원 집에까지 찾아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설득과 포용의 리더십 덕분이었다.

어느 분야든 창조하려면 창의와 조화가 필요하다. 정치판도 나름 새로운 것을 시도(창의)는 하는데 소통과 공감, 협력(조화)이 안 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난관에 부닥친 것도 힘을 가진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과 수평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소신이니 국정철학이니 하면서 자기 생각만을 관철시키려 들기 때문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청와대만의, 여당만의, 야당만의 생각도 아닌 가장 합리적인 제3의 생각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정치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설렘과 기대 없이 이렇게 속절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서로 헐뜯어 상처를 내는 살생의 정치가 아닌 대화하고 소통하는 상생의 정치로 국민에게 봄의 맛과 기운을 돌려주라.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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