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로 딱 2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다가오는 설렘과 기대는 간 데 없고 정당ㆍ정파 간 공방만 요란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자체의 문제를 떠나 여야 간 기 싸움이 감정싸움으로 번져 엉킨 모습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첫 국민담화를 통해 진심을 몰라준다며 야당에 날을 세웠다. 청와대나 여당이나 야당 모두 네 탓만 있지 내 잘못은 없다.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여당의 대통령 눈치보기-야당의 발목잡기'의 3자 합작품이다.
급기야 박근혜 정부는 매주 화요일 열려 온 국무회의를 두 차례나 걸렀다. 정권 이양에 관계없이 결정돼야 할 정부의 주요 안건이 쌓였다.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도 했지만, 인사 청문회를 거친 장관 내정자에 대한 임명까지 미룬 대통령의 책임도 적지 않다.
독선과 일방통행의 불통정치로는 창조경제의 꽃은커녕 싹도 트기 어렵다. 대화와 타협, 상대를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창조정치'가 이뤄져야 창조경제도 가능하다. 굳이 정부가 창조 운운하며 일일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 정치가 발목을 잡지 않고, 정부가 애먼 규제를 하지 않으면 민간은 알아서 성장하고 글로벌 무대로 날아오른다.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에서 이상화의 스피드 스케이팅, 강칠구의 스키점프, 지난주 원윤종ㆍ전정린의 봅스레이 우승까지 불모지로 여겨졌던 동계 스포츠에서 젊은 선수들의 진화를 보라. 세계가 호흡하는 한류의 경쟁력도 그동안 우리가 체험한 자유화, 민주화, 개성 및 다양성 존중의 산물이다.
어느 분야든 창조하려면 창의와 조화가 필요하다. 정치판도 나름 새로운 것을 시도(창의)는 하는데 소통과 공감, 협력(조화)이 안 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난관에 부닥친 것도 힘을 가진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과 수평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소신이니 국정철학이니 하면서 자기 생각만을 관철시키려 들기 때문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청와대만의, 여당만의, 야당만의 생각도 아닌 가장 합리적인 제3의 생각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정치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설렘과 기대 없이 이렇게 속절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서로 헐뜯어 상처를 내는 살생의 정치가 아닌 대화하고 소통하는 상생의 정치로 국민에게 봄의 맛과 기운을 돌려주라.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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