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명품 시계 주요 시장인 중국ㆍ미국ㆍ싱가포르에 대한 수출이 다소 주춤했지만 중동ㆍ유럽 매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스위스 시계 업계가 지난해에도 성장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브루게, 블랑펭, 오메가 등 많은 시계 브랜드를 보유한 스와치는 지난달 미국 보석업체 해리 윈스턴 인수로 보석업계까지 뛰어들었다. 스와치는 지난해 매출 73억스위스프랑(약 8조5402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성장률은 15.6%다. 스위스 시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다.
스위스의 많은 시계 제조업체가 사용하는 기계식 무브먼트는 스와치 계열사인 ETA에서 공급한다. 스위스 무브먼트 업계에서 ETA의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그 결과 불가리ㆍ위블로ㆍ태그호이어를 보유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IWCㆍ피아제ㆍ바슈론콘스탄틴를 갖고 있는 리슈몽 같은 명품 업체는 스와치가 없으면 시계조차 만들 수 없다.
1980년대 저가 패션 시계를 내놓은 스와치가 오늘날 이처럼 영향력이 큰 업체로 변신하리라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다. 스와치가 부품에 공들인 반면 다른 시계 제조업체들이 기술 개발을 게을리해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스와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LVMH와 리슈몽은 시계 부품 업체를 인수하며 대응에 나섰다. 스와치가 오는 2018년까지 ETA의 대외 공급량을 30% 줄이겠다는 계획이 지난해 스위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 받은 뒤부터다.
지난해 업계의 반발 속에 스와치가 무브먼트 공급을 계속했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공급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저가 시계 제조업체들은 스와치의 부품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현재 스와치의 도움 없이도 시계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명품 파텍 필립 정도다.
저가 스위스 시계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과거 시계 제조 과정 중 발생하는 총 부가가치의 20% 이상이 스위스에서 비롯되면 '메이드 인 스위스'라고 표기할 수 있었지만 이제 60%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산 저가 부품으로 싼 스위스 시계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 졌다는 뜻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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