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건설업체의 이해 조정하는 정부기관 필요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건설사들이 대거 법정관리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 이후 삼환기업 등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대형 건설사마저 '안전경영', '위기관리' 등을 내세우는 상황이어서 이들 건설사의 위기극복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임광토건, 삼환기업, 경남기업, 금광기업, 대우산업개발, 이수건설 등이 졸업한 후의 비상경영 건설사들 숫자가 이렇다. 이들 기업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0년 신용평가 C등급을 맞고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N사가 그 예다. N사 관계자는 "채무변제계획을 성실히 수행하는 게 우선 목표이고 법정관리 이전의 영업력을 회복하는 게 그 다음 목표"라며 "현재 신용등급이 BB+로 조정됐기 때문에 공공공사 위주로 일감을 따내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법정관리 돌입 이후 수주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K사와 L사 등 일부 건설사는 외환위기 이후 법정관리를 받았다가 또다시 법정관리로 사운을 걸어야 하는 불운을 겪고 있다.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W사 역시 법정관리 졸업이 고민이다. W사 관계자는 "다행히 법정관리 중에 3~4건의 건설공사를 수주했는데 이것만으로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경기 상황이 안 좋은 데다 법정관리를 졸업하게 되면 금융권의 채무동결이 풀려 부채상환 압력이 커지기 때문에 졸업시기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모든 건설사들이 어려운 경영환경에 봉착해 있는데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들은 현금흐름에 장애가 많고 금융조달 능력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이 공공분야 공사 물량 확보인데 치열한 경쟁 탓에 한계가 많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그럼에도 중견 건설사를 육성해야 건전한 건설산업구조가 만들어지는 만큼 정부의 지원을 통한 회생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년 이상 건설산업에 종사해오며 축적된 기술을 가진 중견업체들이 사라질 경우 국가적인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정관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에 차기 정부가 이 문제를 다룰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건설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금융당국에서 방안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업체들 살리기라는 평가가 많았다"며 "채권단 이기주의를 막으면서 중견 건설사가 위기를 벗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이해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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