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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국증시의 두가지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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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증시에는 두 가지 수수께끼가 있다. 우선 경제성장률은 2%대의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고 삼성전자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기업을 빼 놓고는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주가는 2000포인트를 바라보고 있다. 또 다른 한가지는 정부가 감세를 통해 소비진작을 시켜 경제회복에 나서고 있는 와중에 정치권은 거래부진으로 고사상태에 빠진 시장에 새로운 세금, 즉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해 세수를 확대한다는 점이다. 두 가지 모두 모순이기에 증권업계는 현재 이 미스테리에 적지 않은 불안감을 가슴에 품고 있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폭탄이라는 고백까지 나온다.

세상을 떠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전 코카콜라 회장은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한다. 그는 부지런함과 성실성으로 쿠바 출신이면서도 가장 미국적인 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고이주에타 회장은 1981년 회장 취임 당시 40억 달러 정도였던 코카콜라 주식 시가총액을 145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그는 투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에서는 위치, 위치, 위치 그리고 사업에서는 차별화, 차별화, 차별화." 만약 그가 대선정국에 출렁이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주식에는 테마, 테마, 테마."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테마주라도 활개 치지 않았다면 작년의 반토막 수준인 코스피 기준 4조원대의 거래대금이 얼마나 더 쪼그라들었을지 증권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우려에도 주가가 박스권을 하향 이탈하지 않는 것은 남아도는 '돈'의 힘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광의통화(M2) 증가율이 18개월 만에 가장높았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는 의미다. 돈은 많은데 경기가 나쁘다 보니 굴릴 곳이 없다. 그래서 너도 나도 반짝 대박의 꿈을 안고 테마주에 돈을 집어넣고 "난 괜찮을거야"라며 도박심리를 투자심리로 스스로 포장해 위안을 삼는다.

정치는 주식시장에 테마주만 만드는데 머물지 않고 있다. 포지셔닝이란 개념으로 잘 알려진 마케팅 전략가 잭 트라우트는 "강한 기업을 만드는 것은 제품도 서비스도 아니라 고객의 기억속에 자리 잡는 것"이라고 했다. 트라우트라면 지금 한국 주식시장을 보고 뭐라고 평했을 지도 궁금하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도 신성장동력도 아니라 '정치'"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정치가 테마주를 만들고 투자자를 미혹시킨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도 거래증대에 일조(?)를 하더니 이번에는 반대로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해 축 늘어진 증권업계의 어깨를 이 참에 아예 뽑아버릴 태세다.

에드워드 차우(CHOW, Edward H.) 대만 국립정치대 금융학 교수는 "파생상품거래세로 인한 세수증대 효과가 크지 않고 이를 도입했던 국가들이 폐지 또는 세율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치권은 요지부동인 듯 하다. 하필 왜 대만 교수냐고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대만은 파생상품거래세를 부과하는 유일한 국가다. 지난 1998년 도입 당시 0.05%의 세율로 선물거래세를 부과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인하해 현재 세율은 0.004%다.
지수가 아무리 올라도 투자자들은 불안하다. 정치인들이 '2000포인트를 바라보고 있으니 괜찮은 것 같다'라고 판단한다면 무지의 극치다. 대선정국에 바쁘더라도 지수만 보지 말고 거래량과 거래대금, 기껏해야 1년에 4번 나오는 거래소의 상장사 실적 종합 보도자료 정도는 봐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정권이 바뀐다고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그 정권에 경제의 본질을 진실로 꿰뚫고 있는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얼마나 많은 지가 경제의 생사를 좌우한다. 고이주에타 회장은 "내 혈관에는 코카콜라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정치인들의 혈관에는 경제가 흘러야 한다.



박성호 증권부장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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