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김구라한테 '돌' 던지는 분들께 띄우는 글
어른들의 말씀처럼 입은 화가 들락거리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말은 많이 할수록 위험합니다. 말 속에는 진실만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거짓도 함께 들어있는 까닭입니다.
이처럼 자신이 던진 말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요즘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김구라가 아닐까합니다.
김구라는 지난 2002년 인터넷 라디오 방송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에서 했던 발언이 최근 도마에 오르면서 물의를 빚었습니다. 당시 김구라는 서울 천호동 텍사스촌 윤락여성들이 경찰의 무차별 단속에 반발해 전세버스에 나눠 타고 서울 인권위 사무실 앞에서 집단 침묵시위를 벌인 데 대해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는 것은 예전에 정신대라든지 이런, 참 오랜만에 보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김구라의 발언을 옹호할 생각은 결코 없습니다. 아무리 10년 전에 한 말이고 비록 생계를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또한 앞뒤 다 자르고 맥락이 곡해됐다고 할 지라도 그의 막말은 분명 공인으로서 지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퇴장을 지켜보는 마음이 그리 홀가분하지 만은 않습니다. 김구라의 막말과 욕설이 인터넷 방송에서 인기를 모았던 이유는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하고 싶어도 하지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대신 쏟아내주던 독설가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지상파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거침없는 독설로 많은 사람들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습니다.
김구라의 은퇴가 아쉬운 또다른 이유는 자신의 과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깨끗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모습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김구라에게 돌을 던지고 있지만 과연 그들 가운데 김구라처럼 '염치'를 갖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반문해봅니다.
이런 질문과 함께 자연스럽게 김구라와 우리나라 몇몇 정치인들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4년에 한번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말 향연을 늘어놓는 이들의 말이 진짜 막말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오버일까요. 제수씨를 어떻게 했느니, 논문을 베꼈느니 하는 논란 속에서도 꿋꿋하게 금배지 사수에 정진하는 그들처럼 김구라는 비겁하지 않았습니다.
공중파에 다시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가던 김구라가 했던 말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예전에 했던 생각 없는 말들에 여러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새삼스럽게 깨달으면서, 늘 마음 한구석에 부채의식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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