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보선은 여당에 무덤이다" 서울시장과 기초단체장 4곳을 내놓고 시작한 한나라당에선 이번 재보선이 '애초부터 어려운 싸움'이라고 볼 멘 소리를 늘어놓는다. 재보선 승패 기준도 모호하다. 산술적으로는 서울시장을 비롯한 선거구 5곳에서 당선돼도 '본전'인 셈이지만, 당직자들은 "서울시장에서 근소한 차이로 지면 완패는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선거 이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면 당 지도부 입장에선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여야 관계에 있어 정국 주도권을 한나라당이 쥐게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안정을 찾게된다. 안철수 교수의 등장으로 흔들리던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가도는 고속도로에 진입한 셈이고, 홍준표 대표 체제는 내년 총선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에선 선거 패배 때마다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쇄신운동이 벌어졌고, 당 지도부는 총사퇴를 해왔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총사퇴, 김무성 당시 원내대표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 체제가 출범했다. 지난 4.27재보궐 선거에서 앞마당인 분당을 내준 안상수 전 대표도 공천 실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던졌다.
野 = 야권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당선되면 우선 정국 주도권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 넘어가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통합이 탄력을 받겠지만, 이 과정에서 각 정파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후보가 낙마할 경우에도 자력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민주당은 당장 지도부 책임론에 휘말리게 될 공산이 크다. 손학규 대표의 사퇴 주장이 확산되고, 12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 일정을 앞당기자는 목소리도 나 올 수 있다. 다만 박원순 후보를 비롯한 시민사회진영의 정치실험이 기성 정치의 벽에 막혀 좌초되는 만큼 야권통합 과정에서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을 수는 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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