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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조폭 난동에 경찰은 뒷북‥시민들 "불안해서 못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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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조폭들이 100명이 넘게 떼지어 몰려 다니며 경찰 눈 앞에서 사람을 해치다니, 무슨 영화라도 찍었나요?"

지난 21일 인천에서 조직폭력배 130여 명이 집단 폭력 사태를 빚은 사건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믿었던' 경찰마저 70여명이나 집결했지만 조폭들의 충돌에 겁을 먹고 눈 앞에서 사람이 칼에 찔리는 상황을 방관한 것으로 확인되자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의 무능 및 미온적인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70여명 출동한 경찰, 도대체 뭐했나?

이날 경찰은 신간석파·크라운파 등 2개파 130여 명의 조폭들이 충돌하기 이전인 오후 10시 18분 쯤 112 신고를 받고 관할 인천 남동경찰서 소속 70여명의 경찰을 현장에 보냈다. 하지만 이날 출동한 경찰들은 신간석파 소속 A씨(34)가 크라운파 소속 B씨(34)를 흉기로 찌르는 것을 눈 앞에서 보면서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시민들이 가장 경악하는 부분이다. 폭력과 범죄로부터 시민들의 재산·생명을 보호한다는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에 결정적인 금이 가게 됐다는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구월동 길병원에 근무하는 직원 C씨는 "그동안 경찰들의 비리나 안 좋은 뉴스가 나와도 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며 "하지만 사건 당일 조폭들이 그렇게 몰려 들어 난동을 부리는 데도 출동한 경찰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최소한의 신뢰가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치안에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인천 부평구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D씨(45)는 "영화 속에서 본 조폭들이 현실에도 존재하는데 정작 경찰들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앞으로 조폭들이 가게에 와서 협박하면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꿈에도 생각 못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 경찰 '강도 높은 내부 감찰' 뒷북

경찰은 지난 21일 밤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 간 흉기 상해사건과 관련해 강도 높은 내부 감찰을 실시하고 있다.

인천남동서장을 직위 해제하고 같은 서 형사과장, 강력팀장, 상황실장, 지구대 순찰팀을 중징계 하기로 했다. 인천지방경찰청장 등 인천청 지휘부와 경찰청 수사국 등에 대한 감찰 조사까지 나섰다.

경찰은 특히 인천청 지휘부가 사건 당일 상황을 본청에 축소하거나 허위로 보고한 부분에 주목하면서 출동한 현장 경찰관보다 지휘·통제 및 보고 부실에 더 중한 책임을 묻기로 방침을 정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천청 수뇌부가 상황을 제때 정확히 보고받지 못하다 보니 상황을 적절하게 지휘·통제하지 못했고 본청에 당일 상황을 제대로 보고 하지 않아 경찰청 수뇌부도 제때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늦은 문책 등 뒷북을 치기 보다는 실질적인 조폭 퇴치 등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 인천 조폭, 왜 준동하나?

이와 관련 인천 지역에선 최근 들어 조폭들의 집단 난투극이 잇따랐다. 지난 4월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2개 조직 폭력배 수십명이 야구 방망이 등 흉기를 들고 난투극을 벌였다. 지난 5월에도 서구 석남동 한 편의점 앞 길거리에서 조폭들이 유흥업소 이권 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였다.

이처럼 인천 지역에 조폭들이 기승을 벌이는 것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등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전국 16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등에 따른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유흥업소 등 조폭들의 '먹거리'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조폭들의 활동도 활발해져 조직간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 지역의 조폭은 몇 년째 13개 조직 280명 안팎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7월 말 현재도 13개 조직 278명이 경찰청의 '관리대상 조직폭력배'로 분류돼 관리 중이다.

인천 경찰 한 관계자는 "사람과 돈이 가는 곳에 조직 폭력배들도 따라간다. 최근 인천 지역에 개발 사업이 계속되면서 보상으로 돈이 풀리고 있고, 인구도 늘어 나고 있다"며 "유흥업소 등 조폭들이 기생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인천 지역에 폭력배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결속력이나 활동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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