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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의 축구세상] 변칙 무기 장착한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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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9일 펼쳐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비야레알 전에서 리오넬 메시(오른쪽)가 골을 넣은 후 팀동료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8월29일 펼쳐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비야레알 전에서 리오넬 메시(오른쪽)가 골을 넣은 후 팀동료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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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로 인해 각 리그가 휴지기를 가졌지만 유럽 각지의 언론과 분석가들은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8월29일 펼쳐졌던 스페인 리그 경기 하나에 관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잘 알려진 조너선 윌슨이나 마이클 콕스가 전부가 아니다). 바르셀로나가 비야레알을 5-0으로 대파했던 그 경기가 바로 모두의 연구 대상이다.

바르셀로나-비야레알 전이 특별한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바르셀로나가 채택한 포메이션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자신들의 기본 포메이션(4-3-3)이 아닐뿐더러 최근의 축구에서 일반적이지는 않은(안 쓰이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포메이션을 경기 시작부터 들고 나왔다. 그것은 '3-1-3-3'의 구조를 지닌 3-4-3 포메이션이었고 바르셀로나는 이것으로써 지극히 순조롭게 비야레알을 무너뜨렸다.
사실 '스리백'의 관점에서만 말하자면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는 과거에도 경기에 따라, 혹은 경기 상황에 따라 종종 세 명의 센터백을 가동하는 시스템을 활용한 바 있다. 이는 리오넬 메시를 미드필드 쪽으로 내려와 뛰게 하는 전술(200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처음 사용된 것이 결코 아니다)과 더불어 '펩 바르셀로나'의 여러 전술적 특징들 가운데에서도 꽤나 대표적인 것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비야레알 전에서 가동했던 포메이션은 여러모로 지금까지의 스리백과 다른 의미가 있었다.

이전까지 바르셀로나가 가동하곤 했던 스리백은 통상 양 윙백(특히 다니 알베스)의 측면 공격을 십분 활용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특히 상대가 투톱을 가동하고 있을 때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카를레스 푸욜과 헤라르드 피케 사이의 센터백으로 변모시킴으로써 구성됐다. 사실상 이는 가장 뇌리에 떠올리기 쉬운 3-4-3의 가동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비야레알 전에서는 달랐다. 그 경기에서 가동한 3-4-3은 윙백에 관한 고려가 아니라, 수비진의 누수가 많은 상황(푸욜, 피케, 알베스가 모두 나올 수 없었다)을 볼 소유권에 대한 철저한 지배로써 자연스럽게 극복하는 동시에 비야레알의 구조적 약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자 하는 의도로부터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선수 구성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이 날의 바르셀로나를 '수비수 한 명과 미드필더 아홉 명의 팀'으로 묘사하기도 했는데, 메시, 페드로, 알렉시스 산체스의 미드필더 성향을 고려한다면 이는 사실상 맞는 이야기다. 에릭 아비달은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유일한 '전문 수비수'였다. 아비달이 부스케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 더불어 스리백을 구성했고 세이두 케이타가 부지런한 수비형 미드필더(3-1-3-3의 '1')를 맡아보는 가운데 매우 흥미롭게도 케이타와 함께 구성된 미드필드진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티아고 알칸타라, 그리고 세스크 파브레가스였다.

이 포진에서 전문적인 윙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보다 이니에스타와 티아고는 유기적인 패스워크로써 볼 소유권을 지배하는 쪽에 기여했다. 이들을 포함해 이른바 '아홉 명의 미드필더'가 만들어내는 지속적인 볼 소유권의 유지는 바르셀로나로 하여금 수비에 성공하는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낳도록 했는데, 이는 리누스 미켈스-요한 크루이프로 이어지는 '토털 풋볼'의 정신과 이론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이다. 한편, 미드필드 위쪽에 위치한 파브레가스는 패스 플레이에 공헌하는 것에 더하여, 그의 가세가 바르셀로나에 무엇을 추가해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파브레가스는 바르셀로나에 '절실한' 유형의 영입은 아닐 수 있다. 기존의 시스템, 기존의 미드필드가 완벽에 가깝게 돌아가고 있던 바르셀로나이기에 어쩌면 파브레가스는 상징적 영입, 보험성 영입, 장기적 후계 구도를 위한 영입 정도로 간주될 여지가 자체로 존재한다. 하지만 파브레가스가 가세했을 때 바르셀로나가 당장에 획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무기가 이 날의 3-4-3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메시와의 연계 속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골에 기여할 수 있는 스타일의 신무기다.

샤비, 이니에스타, 파브레가스는 모두가 조금씩 다른 스타일의 선수들이고 파브레가스가 앞의 둘과 비교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파브레가스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공격수가 비우고 나간 공간을 재빠르게 침투해 직접 골을 터뜨리는 일에 매우 능하며, 전방 공격수와의 한두 차례 간결한 패스 연결로 득점 기회를 만드는 일에도 전문적이다. 그런데 바로 이 날과 같은 포메이션이라면 파브레가스는 메시의 주변에서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역할을 맡아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비야레알 전에서 바르셀로나가 가동한 포메이션은 90년대 크루이프 감독이 이끌었던 이른바 '드림팀 바르셀로나'의 포메이션을 그대로 닮았고, 이것이야말로 지구촌 분석가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3-1-3-3의 당시의 '1'을 이 경기의 케이타와는 스타일이 다른 과르디올라 자신이 맡고 있었다는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이론적 기반을 공유하는 두 개의 3-1-3-3이다. 예를 들어 부스케츠는 로날드 쿠만에, 파브레가스는 미카엘 라우드럽의 위치에 대응된다. 따라서 비야레알 전은 마치 '크루이프 헌정 경기'와도 같은 것이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이 올 시즌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기본 포메이션이 될 수 있을까? 일단은 다소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이 날의 상대 비야레알은 이러한 포메이션을 구사하기에 적합한 조건의 팀이었다. 투톱을 활용한데다 측면 위력이 감소해있는 상태였으며 압박도 헐거운 편이었다. 하지만 이와 상이한 특성을 지닌 상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대의 시스템과 수준, 스피드에 따라 이 포메이션은 단점이 노출될 위험성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이 포메이션은 4-2-3-1 내지 4-3-3을 활용하는 수준 높은 적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기엔 실로 위험천만한 구조다. 측면과 중원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커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날의 포메이션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 가동되는 쏠쏠한 보조 포메이션이 될 전망이다. 막강한 바르셀로나가 또 다른 변칙 무기를 지니게 된 셈이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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