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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금융지주 회장들, 이익집단 행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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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된 지 11년 만에 금융지주 회장단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을 흉내 내어 '파워 이익집단' 행세를 하기 시작한 것인가. 어제 열린 금융지주 회장단과 금융당국의 간담회에서 고배당 문제를 놓고 벌어진 설전의 내용을 보면 그런 느낌을 갖게 된다.

이번 간담회는 불안정한 국제경제 여건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협의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금융당국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금융업계에서 우리, 신한, 하나, KB, 산은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나와 머리를 맞댄 자리였기에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김 위원장과 권 원장이 "현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의 고배당 실시는 바람직하지 않으니 자제하고 자본 확충에 힘써 달라"고 요구하자 금융지주 회장들이 "배당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의 기본 의무다" "배당 문제는 시장 자율에 맡겨라" "배당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떠나 주가가 떨어진다"며 반발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앞장섰고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외환은행의 고배당으로 해외 투기성 펀드 론스타가 상반기에 8700억원가량의 거액을 빼나가는 것을 목격한 국민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반발 논리다. 게다가 바젤Ⅲ 기준 적용을 1년여 앞두고 금융지주들은 자기자본 확충에 만전을 기해야 할 상황이다. 위기 때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도움을 받아 연명한 은행들이 어쩌다 이익을 많이 냈다고 배를 내밀며 주주가치니 시장자율이니 하는 말을 내세울 입장이 아니다.

영업 혁신을 통해 금융 업역(業域) 간 시너지 효과를 실현해야 할 금융지주들이 여전히 예대금리차에 치중해 이익을 올리고 있음이 최근 발표된 상반기 실적에서 드러났다. 이는 금융지주들이 금융중개 기능을 비효율적으로 수행하여 국민과 기업에 과도한 비용을 물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반성도 없이 주주이익만 챙기려는 것은 금융지주 제도의 취지를 망각한 태도다. 게다가 증시 수요기반 확충을 위한 세제 혜택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까지 요구했다니, 거품을 좀 일으켜 달라는 소리로 들려 거북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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