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억4000만원까지 올랐던 집값이 2억원으로 하락한 상태에서 최근 전셋값이 오르자 집주인이 보증금을 2000만원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즉 집이 경매 처분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아파트에는 6억86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전세 보증금과 대출금을 합한 액수가 매매가보다 많다. 집주인이 담보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자칫 전세 보증금 3억8000만원에서 2억660만원 정도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유례 없는 전세난 속에 세입자 보증금 주의보가 내려졌다. 최근 매매가격 하락과 전세가격 상승 추세가 계속되면서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에도 비상이 걸린 것. 특히 생활 자금 등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까지 더해지면서 전세 보증금을 위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대출을 받은 집주인들의 상환 능력이다. 집주인이 이자를 못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우선 순위인 금융권에서 대출금을 회수하면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기 힘들다.
우리은행 대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등 재투자 대출 보다는 생활비로 쓰는 용도가 많은 것 같다"며 "부동산이라는 담보가 있을 경우 상관 없지만 대출받은 돈을 다 사용하게 되면 압류 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정부 신곡동 B공인 관계자는 "최근 서울 노원ㆍ도봉구에서 올라 온 전세 수요자들이 의정부 지역 아파트 전세 물건을 많이 찾고 있다"며 "전세 물건도 많지 않지만 있다 하더라도 융자를 많이 받은 물건들이라 세입자들에게 소개하기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설춘환 알앤아이컨설팅 대표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킨 경우 나중에 금융권과 전세 세입자에게 돌려줘야할 돈이 집값보다 많은 사례도 종종 접한다"며 "세입자가 은행보다 후순위이기 때문에 보증금 일부를 날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 물건 부족과 매매 가격 하락 속에 전세난이 새로운 모습을 생산해내고 있다. 담보 대출 비중이 높은 전세 물건을 덜컥 계약하거나 보증금 증액 때 담보 대출을 추가로 받은 집주인에게 계약금을 올려주는 재계약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만의 하나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담보 대출과 관련된 근저당권 설정 비중이 집값의 60% 이상 된 집에 후순위 세입자로 들어갈 경우 보증금을 100% 변제받을 수 없을 수도 있으니 전세 보증금을 깎아주더라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경매시장의 낙착률이나 낙찰가율도 70~80% 수준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전셋집을 구하기 전에 꼼꼼히 임차 물건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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