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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747 유효해… 큰 꿈 나무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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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언제 만나도 90도 배꼽인사다. 인사하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 겸손이 몸에 뱄지만, 고집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야구 용어와 경제 이론을 섞어 내놓는 화려한 레토릭(수사)은 요사이 그의 트렌드 마크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얘기다.

지난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정책 청사진을 공개한 박 장관을 5일 오후 과천 집무실에서 만났다. '친서민'을 내세운 홍준표 의원이 한나라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다음날이다. 박 장관은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으로 몰락했던 2005년, 당 혁신위원장이던 홍 대표와 함께 뉴(New)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을 설계했다.
박 장관은 '감세 철회' 얘기를 꺼내자 "기왕 하기로 한걸 뒤집는 것이니 철회 아닌 번복"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수정하고도 '747 공약(7% 성장, 4만달러 소득, 7대 강국 도약)'에 사망선고를 내리지 않는 이유를 묻자 "'왜 넌 큰 꿈을 꾸느냐'며 나무랄 순 없는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박재완 "747 유효해… 큰 꿈 나무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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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 장관과의 문답.

-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대표가 선출됐다. 친서민을 강조해온데다 당 서민특위 위원장을 겸하기로 했다. 정치권의 친서민 정책, 복지 수요가 폭증하지 않을까.
"홍 대표는 4선 중진으로 경륜과 균형감각을 갖췄다. 복지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가 재정의 여력을 헤아려 대차대조표 봐가며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다. 홍 대표가 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2005년, 정강정책 소위에서 뉴 한나라당의 기본방향을 잡으면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 새 지도부가 반값등록금, 무상급식에 대해 정부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한데.

"생각이 다 같을 수는 없지만, 출발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목표는 같은데 경로만 차이가 있는 것이다. 토론을 통해 최대한 일치시켜 나가겠다. 반값등록금 정책은 복지의 일반 원칙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부합해야 한다."

- 새 지도부는 '소득세 감세는 철회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 같다.

"용어를 정확히 쓰자. '철회'는 청약했다 거둬들이는 것이지만, 이 경우엔 하기로 한걸 뒤집는 것이니 철회가 아닌 '번복'이다. 당론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 장관도 최근 '소득세 감세 문제는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걸로 아는데.

"오해다. 감세는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지만, 논리적으로 소득세 감세보다는 법인세 감세 약속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요사이 일본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많아졌다. 현행법을 보고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법을 바꾸면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다.

법인엔 주주만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근로자와 협력업체들이 있다. 법인세를 낮춰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면 결국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다. 수출을 많이 해 흑자가 나면 환율도 내려가고 물가도 자연히 떨어지지 않나. 법인이 잘 되면 세수도 늘고, 외화도 들어오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가급적 기업 활동을 돕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헷갈린다.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율을 낮추는 부양책을 함께 내놨다. 앞 뒤가 안 맞는 것 같다.

"부동산 정책의 딜레마다.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면 당장은 좋아도 두고두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인위적인 부양은 하지 않는다. 수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 거품이 있는 상태다. 이게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수도권과 지방의 터무니없는 괴리도 줄어드는 추세다.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픔이 있다. 이걸 국민들에게 솔직히 설명해야 한다. 정부에 '좀 더 과감하고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거시경제 정책은 과감하게 하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번엔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를 준 정도로 이해해달라."

- 유류세 인하, 원유에 붙는 할당관세 인하를 두고 지식경제부와 이견이 큰 듯하다.

"유류세 인하가 어렵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할당관세 인하는 지경부의 입장도 일리가 있지만, 사재기 등 주유소들의 대응도 있을 것이다. 여러 변수를 봐야 한다. 유가나 환율이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관세를 내려 얻을 효과는 리터당 20원 미만인데 세수는 매월 1100억원이 준다. 감질나게 내리면 내리고도 욕 먹는다."

-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747 공약'을 버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도 장관은 '747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고집 아닌가.

"다음 정권에서도 '747 공약(7% 성장, 4만달러 소득, 7대 강국 도약)'은 계속 추진했으면 좋겠다. 5년 임기 내에 하려던 단기 목표가 아니다. 10년의 시계를 보고 잡은 목표다. 포기할 수 없다. '왜 넌 큰 꿈을 꾸느냐'고 나무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남이 볼 때 불가능한 목표도 성취해 낸 게 우리 국민들이다.

문제는 '7% 성장'인데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쓸데없는 규제를 걷어내고, 감정에 쏠리는 담론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꾸면 2%p 정도는 끌어올릴 수 있다. '잠재성장률이 4.5%이니 그 만큼만 성장하자'고 말한다면 리더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세계 7위 안에 들자는 목표를 손가락질해선 안된다."

- 외식비가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것 같다.

"외식비는 시장친화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5000원이던 칼국수를 왜 6000원 받냐고 따질 수 있나. 대신 가격 정보가 신속히 유통돼야 한다. 가격을 많이 올린 가게 정보를 수집해 순위를 매기는 데엔 시간이 많이 걸리니 밀가루 값이 올랐는데도 메뉴판 가격을 안 올린 집을 조사해 공개하면 된다. 자진신고를 받고 소비자 단체들이 나가 점검한 다음에 정보를 공개하면 된다.

우리 국민들은 상호작용을 많이 하니까 공동체 의식을 발휘해 과도한 외식비 인상을 억누를 수 있다. 그럼 '인사동發 칼국수 값 동결기조 확산' 같은 기사도 볼 수 있을거다.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세계적인 소비자 잡지)' 같은 걸 만들어 소비자 스스로 외식비 인상을 억제하는 거다."

- 거듭 "교병필패(驕兵必敗·교만한 병사는 반드시 패한다)"를 경고해 눈길을 끈다. 곧 단행할 인사 원칙을 강조한 건가.

"누구나 우쭐할 때와 의기소침할 때가 있다. 사고나 나거나 실수를 하는 건 대개 우쭐할 때다. 재정부 직원들은 똑똑하고 열심히 일한다. 정책 수단도 가지고 있다. 엘리트들에겐 교만하지 말라는 충고가 더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외국 속담을 빌면 '그 사람의 신발에 발을 넣어 걸어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누굴 특정해 하는 말은 아니다."

- 휴가 계획은.

"다른 일정을 소화하면서 겸사겸사 솔선해 갈 것이다. 직원들은 나보다 하루라도 더 쉬라고 할 생각이다.(박 장관은 이달 20일부터 3박 4일 동안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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