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일본 대지진을 남의 일 보듯 하지 않고 일본을 돕는 데 합심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침략과 약탈을 생각하면 우리의 태도가 놀랍고 대한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 일본은 우리에게 그야말로 애증의 대상이다. 대륙의 선진문화를 전수해준 은덕을 배신하고 침략을 일삼았으며 36년간 식민지 통치를 통해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크나큰 상처를 주었다. 이런 일본의 배신ㆍ침략ㆍ약탈의 과거사를 생각하면 우리가 일본의 불행을 동정하고 지원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 보인다. 물론 여론의 뭇매를 맞기는 했지만 실제 대지진이 일어난 직후 비록 일부 사람들이지만 통쾌한(?) 느낌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우리 국민 모두가 일본의 불행을 극복하게 하는 지원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데, 우리 산업계에서는 어떤 전략이 옳을까 고민할 차례다. 공격적인 전략을 택할 것인가, 평상심을 유지한 정상적인 전략을 택할 것인가.
산업구조상 우리의 부품소재산업이 일본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분야에서는 타격도 심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이번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동병상련의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대일 의존도가 낮고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에서는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를 노려 일본 기업을 사지로 몰아가는 공격적인 전략에 유혹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자제되어야 한다. 필요 이상의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보복을 야기할 수 있는 불공정한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 이번 불행은 천재지변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반사적 이익을 굳이 마다할 수는 없지만 약탈적 가격, 불공정한 거래, 비신사적인 마케팅은 자제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과거 피해의식에서 일본의 불행을 보지 않고 인도주의적 자세와 미래지향적 동반자 의식에서 접근하고 있다.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금모금은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지속적으로 일본과 경쟁 혹은 협력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숙명을 지닌 산업계는 일반 국민들보다 더 긴 시각을 갖고 이번 불행에 대처하여야 한다.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물에 빠진 사람의 손을 끌어주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려 주는 미덕을 가진 한국의 기업, 분명 일본은 물론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대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임상일 대전대 경제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