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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 이선정⑪ 배신, 잔인한 생채기를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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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 이선정⑪ 배신, 잔인한 생채기를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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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갑작스런 어머니의 눈물. 당황스러웠다. 영문을 모르던 이선정에게 어머니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치약 제조를 맡겼던 업체가 부모님을 속이고 다른 거래처와 유통 계약을 맺은 것. 뒤통수를 맞은 셈이었지만 손 쓸 방법이 없었다. 당장 제품을 받을 길이 사라져 부모님 회사도 위기에 처했다.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동안 그를 박대했던 부모님이었다. 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부모님 자식이었다. 서운했던 마음은 간데없었고, 오직 부모님을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결국 충동적인 결정을 내렸다. '내가 직접 치약을 만들어 부모님께 납품하면 될 일 아닌가.' 그동안 준비하던 전자제조업을 그만두고 과감히 치약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그때 만든 회사가 바로 지금의 성원제약이었다. 돌이켜보면 제약업에 관심이 있던 것도 무의식 중에 촉매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몇 년간 부모님 회사에서 치약 유통을 해봤지만, 제작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당연히 치약 제조 과정도, 기계 조작법도 몰랐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패기와 열정만 믿고 그냥 덤벼들었다.

시행착오는 당연했다. 매일같이 연구하고 실험하며 사투를 벌였지만 실패가 반복됐다. 악전고투 끝에 어렵사리 첫 공정에 들어갔지만 기계에선 치약이 아니라 죽이 나왔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기계도 잘못 구입했던 것. 앞이 깜깜했다.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더 힘든 건 믿었던 친구의 배신이었다. 처음 치약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부지와 설비를 알아보던 때였다. 포천에서 비누 공장을 하던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알고 지낸 건 1년 정도밖에 안됐지만, 누구보다 그를 잘 챙겨줘 금세 친해진 사이였다. 가족보다도 가깝게 느낀 친구였다.

공장을 지으려 한다는 말에 친구는 걱정스런 시선을 보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무리하게 시작하면 망하기 십상이라며, 위험 관리 차원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우선 자기 공장의 한쪽을 내줄 테니 기계를 들여오라 했다. 자기 회사의 직원들도 활용하게끔 했다.

막막하던 시절 유일한 도움의 손길이었다. 고마움에 선뜻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선정의 사무실은 신설동이었다. 거리가 멀다 보니 믿고 친구에게 공장 업무를 맡겨두는 일이 잦았다.

그게 화근이었다. 알고 보니 공장 신규 허가가 어렵다는 사실을 악용, 통째로 모든 설비를 뺏으려던 속셈이었다. 심지어 나중엔 대놓고 싸게 팔라고 했다. 성원제약의 거래처는 물론 직원들에게까지도 자신이 사장이라고 거짓말을 해 둔 상태였다.

친구의 음모를 알게 된 이선정은 화가 치밀었다. 당장 그곳에서 나오려 했지만 친구는 오히려 가족까지 동원해 막무가내로 그를 막았다. 그래도 안되자 나중엔 기계 안에 쇠 파이프까지 넣었다. 모르고 작동시켰다면 기계가 통째로 망가질 뻔했다.

생애 처음 당한 사기이자 배신이었다. 다행히 새벽에 몰래 설비를 챙겨 나왔고, 경기도 파주에 새 공장 부지를 얻어 옮겼다. 그런 가운데 천만 원 넘게 들여지어 준 건물 하나는 고스란히 뺏겼다. 하지만 돈을 잃은 것보다는 믿었던 인간관계가 깨졌다는 것이 가슴아팠다. 늘 사람을 그리워한 그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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