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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잃은 토종SW, 생태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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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스마트폰의 확산과 관련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확대로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토종 SW업체들이 '도덕성 문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일부 경영진 및 사주의 도덕성 문제 때문에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벌여야하는 SW산업에서 일부 국내기업들의 신뢰도 하락이 국내 SW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에 따라 SW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원과 동시에 투명한 경영을 하도록 감시하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잇따라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토대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야 할 국내 대표 SW업체들은 경영진의 횡령 등 '도덕성 문제'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우선 지난 2일 1세대 SW 기업 핸디소프트가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실질적 사주인 이상필씨가 290억원(자기자본 대비 69.8%)을 횡령한 혐의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재무적 손실 발생 여부 등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기 위해 이날 오전부터 핸디소프트에 대한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핸디소프트는 실질심사대상으로 결정되는 경우 매매거래 정지가 지속되며 최악의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핸디소프트가 20여년간 IBM, 오라클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벌여온 대표 토종 SW업체라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핸디소프트의 신뢰 하락이 국산 SW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핸디소프트는 지난 1991년 창업, 그룹웨어와 업무프로세서관리(BPM), 기업지식포털(EKP) 등에서 20년간 국내를 대표하는 SW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4월 오리엔탈리소스에 매각된 핸디소프트는 순손실이 600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적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지만, 올해 사옥 매각 등으로 금융권 부채를 전액 상환하고 창사 20주년인 오는 2011년을 재도약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핸디소프트는 결국 사주의 횡령 때문에 모든 재기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상황에 처했다.
'도덕성 문제' 때문에 위기에 처한 SW업체는 또 있다. 지난 4월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도 경영진이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면서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는 처지까지 몰렸으나 극적으로 회생한 바 있다. 하지만 한글과컴퓨터는 이 여파로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검찰은 회삿돈을 계열사로 빼돌리고 수백억원을 불법으로 빌려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김영익 한컴 대표 등 임직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영익 대표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아래아 한글'로 쌓은 '국민기업' 이미지에는 흠집이 불가피했다.

결국 한컴은 상장폐지 실질심사까지 받은 뒤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현재 한컴 인수에는 소프트포럼, 한림건설, 유비벨록스, SGA, 농심 등 7개 회사가 최종입찰에 참여했으며 이르면 8월초 새 주인이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셀런에 인수되면서 삼보컴퓨터와의 시너지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던 한컴이 결국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 때문에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부 SW기업의 위기가 국내 SW산업의 경쟁력과 SW인력 양성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SW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대표 SW기업들이 줄줄이 도덕성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누가 선뜻 국산 SW를 신뢰하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기업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것이 산업 전체의 생태계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정부가 SW 산업을 육상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 SW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식경제부는 오는 2012년까지 3조원을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SW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이와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도 향후 10년간 SW 기초·원천기술개발 및 고급 전문 인력 양성에 42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침체됐던 국내 SW 시장도 점차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IDC는 지난해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SW 시장이 올해 국내외 경제 상황의 지속적인 개선과 더불어 주요 고객들을 중심으로 한 투자 활성화로 본격적인 회복세에 돌입, 3조18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SW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제반 조건들이 갖춰지고 있지만 '도덕성' 문제가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SW기업들은 대기업과 다르게 경영진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느슨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SW산업에 대한 지원과 연계해 경영진의 투명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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