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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왠지 쓸쓸하다?" 앵무새의 힐링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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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용산역 한복판. 점퍼 차림의 40대로 보이는 아저씨다. 앵무새를 보시고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새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일까. 묻지도 않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아저씨.

"제 딸아이가 보육원 교사를 하는데 앵무새를 데려다 줬더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서로 보살피겠다고 난리에요. 그 때 부터 전국에 있는 보육원, 고아원을 찾아다니며 앵무새를 기증해 주고 있어요."
벌써 5년도 넘게 지난 일이다. 그 아저씨가 떠오른 이유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앵무새가 주는 힐링 효과 때문이다.

앵무새의 행동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소소한 위로가 된다. 뒤뚱거리며 조용히 발 옆에 다가와 앉아있는 앵무새. 그리고는 힐끔 쳐다 본다. '놀아달라고 온 것이 아니라 그냥 같이 앉아있으려고..'라고 말하는 듯한 눈이다.

언젠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앵무새가 와서는 홀짝홀짝 눈물을 핥아주던 기억도 있다. 따뜻하고 다정하다.
이런 온기 때문일까. 앵무새들은 혼자사는 노인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된다.

키우던 강아지가 죽고 마음상해 하시다가 지금은 앵무새에 푹 빠져계신 기자네 할머니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할머니의 첫 앵무새는 왕관앵무였다. 손을 갖다대면 한 발 한 발 올라오는 녀석에게 할머니는 애정을 듬뿍 주셨다.

그러던 어느날. 전화기 속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앵무새가 날아가버렸다"며 울먹이시는 할머니. 그런데 그 다음 사연이 더 안타깝다.

마을의 작은 암자에서 할머니의 앵무새가 발견됐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 그 암자는 할머니가 해마다 석가탄신일이 되면 등을 밝히는 곳이다.

할머니는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암자를 운영하는 보살이 그 새를 중국에서 데리고 왔다며 거짓말을 한 것. 새를 돌려주지 않는 보살 때문에 할머니는 며칠간 식음을 전폐했다.

기자는 새 앵무새를 데려다 주겠다며 할머니를 위로했다. 그리고 정 열받으면 근처에 있는 교회로 종교를 바꿔보는게 어떠냐고 했다가 제대로 구박을 맞았다.

<할머니의 어깨에 앉은 앵무새>

<할머니의 어깨에 앉은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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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썬코뉴어 한마리가 할머니와 동거중이다. 이름은 '써니'다. 할머니에게 '써니'는 자식겸 남편겸 손녀딸이다.

둘의 일상은 이렇다. 아침인사로 시작하는 하루. 앵무새는 할머니가 일어나기도 전에 벌써 눈을 떠 새장에서 꺼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매일 식사를 함께 해서일까. 앵무새는 밥상 옆에 앉아 밥을 얻어먹는 수준이 됐다.
물을 묻힌 하얀 밥알을 받아먹는 앵무새. 그렇게 식사를 같이 한다. 앵무새에게 밥을 많이 먹이면 안된다고 그렇게 주의를 줬지만 소용이 없다. 가끔 좋은 반찬이나 햇과일이 생기면 할머니는 앵무새부터 챙긴다.

<요구르트를 먹는 앵무새>

<요구르트를 먹는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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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가 올 시간이 되면 앵무새는 거실에 있는 창문에 앉아있다.
할머니는 앵무새 때문에 요구르트를 배달시키고 있다. 요구르트 아줌마의 인상착의를 기억하는 써니. 대문앞에 아줌마가 나타나면 앵무새는 소리를 질러 할머니를 부른다. 할머니는 보채는 써니 때문에 요구르트를 받자마자 얼른 전해준다. 써니는 단단한 부리로 요구르트 뚜껑에 콕 구멍을 뚫어 핥아먹는다.

오후가 돼도 앵무새는 할머니 어깨에 착 달라붙어 있다. 가끔 옷 단추를 하나 하나 풀어내거나 할머니의 목걸이를 물고 놀기도 한다. 바짓단에 매달리거나 머리위에 올라앉기도 한다.

낮잠 시간이 되면 할머니는 이불을 들고 앵무새를 부른다. 거실에 있다가도 총알처럼 뛰어가는 앵무새. 이불속에 폭 파묻혀서 잠이 든다.

밤 9시쯤 되면 할머니는 새장 문을 열고 앵무새에게 "코 자고 내일 보자"라고 말한다.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앵무새는 자기발로 새장속에 들어간다. 앵무새가 춥지 않도록 각종 천으로 덮어주는 할머니.

[마니아]"왠지 쓸쓸하다?" 앵무새의 힐링효과 원본보기 아이콘


할머니와 앵무새는 그렇게 가족이 됐다.

지금은 가끔 서울에 다니러 오실때도 앵무새를 데려오겠다고 하실 정도다. 물론 그럴때마다 버스터미널은 쩌렁쩌렁한 앵무새 소리에 한바탕 구경거리가 생긴다.

앵무새 한 마리가 주는 힐링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모이는 넣어주면 알아서 챙겨먹지만 새장을 청소해줘야 하고 바짓단에 달라붙은 앵무새 때문에 걷는게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혹시 마음에 상처를 받았거나 앞으로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니 막막한가. 그럴것 없다. 가만히만 있어도 시간은 흐른다.

하지만 그래도 힘들다면 앵무새를 길러 볼 것을 권한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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