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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가만난사람] "국악과 오페라 크로스오버 한국의 역동성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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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魂을 깨워라
본지 창간 21주년 음악회 특별방담

<특별방담 참석자>
임평용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장
백인영 가야금 명인
이철주 대금 명인
최상화 중앙대 교수
서한범 단국대 교수
사회 : 권대우 아시아경제 대표이사 회장




재미없다. 지루하다. 청승맞다. 국악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공짜티켓이 있으면 가보지만 굳이 자신의 지갑을 열어 공연에 가는 경우도 드물다. 왜 그럴까? 우리의 조상들에 의해 만들어진 전통음악인데도 이처럼 홀대 받는다. 그러다보니 명절 때만 나타나는 민속놀이 정도의 취급을 당할 때도 많다. 그것이 우리 국악의 현주소이다. 이같은 매듭을 풀지 않고서는 국악의 미래는 어둡다.
아시아경제신문은 제호 그대로 경제신문이다. 그래서 한국, 한국경제를 선진국에 올려놓는 길이라면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제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할 무렵, 아시아경제신문은 백두대간의 혼을 깨우는 일에 착수했다. 백두대간은 우리민족의 등뼈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그 혼을 깨우지 않고서는 우리경제를 바로 세울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백두대간의 혼, 한국인의 혼을 깨우는 작업의 한 과정으로 아시아경제신문은 국악을 생각했다. 국악을 통해 우리민족 특유의 저력인 혼과 동서양의 조화로움 속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는 없을까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어렵게 임평웅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장, 백인영가야금명인, 이철주대금명인, 최상화중앙대교수, 서한범 단국대교수와 자리를 함께해 9월2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음악회, 국악의 미래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됐다. (방담형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참석자별 발언내용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영어자막도 없는 국악을 감상한 한 외국인은 '한국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만큼 국악이 주는 감동이 컸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그런데 왜 우리는 긴 세월동안 조상들에 의해 지켜져 온 국악을 외면합니까?

▲국악이 제대로 계승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가 말살됐다는 것입니다. 그 때부터 서민들과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거리가 멀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이승만 대통령이 외국에서 와서 외국 문화를 과도기도 없이 우리 교육 정책에 바로 뿌렸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민요같은 것들을 교과서에서 접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가수들이나 연예인들이 PD들에게 잘 보이려 하는 것도 '내 노래 좀 틀어 달라'는 것 아닙니까? 자꾸 들으면 귀에 익어 좋아지고 따라 부르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적으로 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일제의 우리문화 말살 정책과 이승만 대통령 집권기의 외국 문화 강제적 교육 등이 막았다고 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전통음악이나 문화에 적응할 시기를 놓친 것입니다. 못 접해보니 모르고, 모르니까 재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하루에 50분정도는 지상파 3개 방송에서 국악만 나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그 시절에는 국악을 장려하는 정신적인 배려가 있었던 셈입니다. 전두환 대통령 때도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을 목표로 학교에도 국악과가 많이 생겼습니다.

국민들이 일주일에 한 번 나오는 국악방송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우리 것, 선인들의 것을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성묘하듯 하자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 것을 아끼는 뜻으로 마음을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물놀이가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난 후에야 국내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부나 국민들의 국악에 대한 편견도 문제지만 국악하는 분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그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까요?

▲어린 시절로 돌아가 봅시다. 일반 아이들은 과자를 비싸서 못 사먹는데 과자공장 아들은 과자를 안 먹습니다. 정작 국악은 우리의 유산인데 우리 국민들은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보석상 아들이 보석귀한 줄을 모르듯이 우리나라 음악, 문화를 귀한 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뉴욕에서 가야금 산조, 아쟁 산조를 연주했는데 생각이상으로 박수를 많이 받았습니다. 10분 동안 3-4번이나 중간박수를 받으니까요. 이런 게 사실 외국에서 우리가 여건이 조금만 주어진다면 국악에 대한 홍보도 다양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수입을 다시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었습니다.

 
-대학에서도 음악대학 안에 서양음악은 세분화된 학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대학교 국악대학을 제외하고는 국악과라고 하나로 뭉뚱그려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국악하는 학생들이 열등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악하겠다는 사람이 넘치지 않았으니까요. 1지망에서 서양음악을 지원했다가 떨어진 사람들이 2지망에서 국악과를 들어가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길러낸 사람들이 오늘날의 국악을 만들어 냈습니다.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러한 과정을 새롭게 펼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책적인 배려도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기구 중에 유일하게 국악을 다루는 곳이 국립국악원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국악원이 국악인에 대해 발목을 잡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가서 정책을 만들려고 보니 이전에는 정책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각종 예술 11개 꼭지 중 맨 끝에 국악이 있었습니다. 100년 전에 맥이 끊겨 피드백 없이 여기까지 온 국악을 11개 꼭지에 가져다 놓으니 치여 죽는 꼴이 됐습니다.

그 정책도 없는 것을 공무원들이 국립국악원에만 맡겨 놓습니다. 정책이 없는데 국악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김명곤 장관 때 밑바탕이 된 정책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해서 나온 것이 '전통문화활성화 방안 2010'입니다. 제가 TF장이 돼서 6개월 간 만들어 낸 방안인데 골자가 전통예술진흥법과 전통예술진흥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번에 의원 발의로 다시 국회에 올리는 데 문제는 아직도 전통예술진흥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법이 아무것도 없는데 전통예술이 미래에 산업적으로 자본가치가 있다는 둥 말로만 해봐야 선언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실행할 법규가 없는데 국립국악원에만 맡겨 놔서야 뭐가 되겠습니까? 국립국악원은 법이 없으니 적당히 합니다. 적당히 해도 국악인들은 그냥 묵인합니다. 국악계에는 비판이 없습니다. 그래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때도 적지 않습니다.

▲정책을 만들어야 모든 국악계 기관들이 따라갈 수 있습니다. 현재는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고, 정말 옛 부터 음악을 해오신 소위 '쟁이'들, 어르신 대우도 받지 못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서울시립관현악단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에 대한 지원규모만 봐도 다릅니다. 영어선생(정명훈 예술감독) 연봉 12억주고 국어선생 8000만원 주는 서울시 행정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영어선생님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분이니 당연히 예우를 당연히 해야 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최소한 진흥법이 통과돼야 합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공청회를 하면 국악인들이 오히려 원치 않습니다. 콘텐츠와 관련해서 자성해야할 부분이지요.

전통음악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1996년 프랑스에서 전통음악인 샹송을 육성하기 위해 쿼터제를 만든 것을 잘 새겨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때 이것을 통과시키면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전통음악 속에는 우리의 모든 역사가 꿰어있다. 전통음악에는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그 무엇이 숨어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음악은 보이지 않게 인생을 지배한다."

▲그러기에 국회의장이 관련법 통과의 필요성을 의원들에게 설명하면서 "이 음악을 우리가 발전시키면 이게 다 돈"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정책입안과 관련해서 국악계에서 반대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기득권 때문일까요? 예를 들어 인간문화재 이런 분들이 희소가치가 있으면 정부 지원도 받고 한데 많은 사람들이 정책적으로 지원을 받으면 영역이 침범되니까 그런 것일까요?

▲문화재 선정과정 같은 것도 객관적인 검증을 못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A라고 정해지면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희소했으니까.

객관적으로도 그 분 정도면 충분하다 인정했고, 어른을 어른대접하자는 데 젊은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 분야에서 잘하는 분이 많다 보니까. 대금같은 경우도 잘 부는 사람들이 수백명입니다.

▲예컨데 한 마을 전체가 모시를 짜는데 이 집이나 저 집이나 모두 한산모시 값을 쳐 주다가 '이 사람만 인간문화재다'라고 정해버리면 나머지는 다 죽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역기능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일본처럼 정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 할 정도로 엄선을 해서 인간문화재를 정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해서는 인간문화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죽어가면서 그 집 모시 값만 두배 세배 뛰면 형평에 맞지 않습니다. 그 마을 전체를 지원하던가, 그러지 않을 바에는 아주 엄선을 해서 정해야 합니다.

▲국악은 주최자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국악을 하는 사람들이 실기를 하건, 이론을 하건 일선에서 있는 주최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향수층이 달라집니다. 서울시관현악단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팬이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본에는 분라쿠(文樂)가 있습니다. 이것이 세계적인 일본 전통예술로 자리잡기까지 10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일 먼저 한 것이 지역마다 소극장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이런 큰 극장에서 가끔 가다 공연하는 것보다 지역단위로 소극장이 많이 만들어서 국악 하시는 분들이 수시로 거기서 연주하게 하고 이런 게 필요하지 않나하는 생각합니다.

▲현재 선릉역 옆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 소극장이 있고 삼성역 코우스(한국문화의 집), 정동과 남산 한옥마을에도 국악공연장이 생기는 등 많이 생겨나고는 있습니다.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이 64년에 생겨났습니다. 국악을 버려야 한다고 외칠 때, 지키는 것조차 힘든 시기에 국악을 지켜온 것이 국립국악원이라면 국악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만들어진 것이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입니다.

▲우리 국악의 문제는 식민지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식민지 국가들을 살펴보면 그 주권국들이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보면 주권국이 식민지 국가들의 전통만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물자만 가져가고 오히려 전통은 살려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성까지 없애야 하는 상황이었잖습니까? 우리처럼 식민지 상태에 놓였던 국가들은 남미에서 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되살려야 합니다.

▲방법 중 하나는 제도교육에 넣는 것입니다. 초중고 교과서에 넣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공중파 방송에 국악 쿼터제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3년 이내에 회복됩니다. 제가 지난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에 의해 전통예술정책을 처음 만들었을 때 TF장을 맡았습니다. 그 때 제가 지상파에 국악 쿼터제를 하자고 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방송국 등 관계요로에서 심한 항의를 받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쿼터제가 스크린 쿼터제, 애니메이션 쿼터제, 대중음악 쿼터제가 있는데 대중음악 쿼터제를 만들어 원래 있는 것에서 숟가락 하나만 올려 10곡에 1곡 정도만 국악을 틀자고 했습니다. 국회에 법을 따로 통과시킬 필요도 없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국악계에서까지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그렇습니다. 쿼터제에 대해 잘 모르고 '국악방송 죽인다' '국악원 죽인다' 이런 반응을 보여 왔습니다. 이런 시도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가졌는데 안타깝습니다. 100년 전 음악을 현재 사람들의 몸에 맞추어야할 의무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도 그런 욕구를 반영해 태어난 것입니다. 감성이 변하고 있고, 그것에 맞춰 크로스오버니, 퓨전이니, 하이브리드니 하는 것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국악은 서양음악과 달리 조상들의 한이나 서러움을 담은 내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이 국악을 외면하고 대중가수들을 좋아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국악이 생활속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지금은 국악하면 명절 때 듣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 타개책으로 퓨전국악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번 음악회는 그런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음악회에서는 여러가지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가장 전통적이라고 하는 레퍼토리에 서울시국악관현악단만 낼 수 있는 독특한 소리를 담았습니다. 또 이생강 선생님의 '죽향'같은 경우에는 특히 그 분만의 절묘한 고음처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양방언 선생님이 작곡한 '제주의 왕자' 경우, 예술의전당 2500석에 마이크 없이 생음을 전달합니다. 태평소 연주자가 2명으로 늘어나 1명은 무대, 1명을 2층에서 '공간음악'을 선보입니다. 카텐차(즉흥연주)도 더 많이 도입했습니다.

백인영 선생님의 아쟁 산조 '선'은 기존 작곡 기법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만들어져, 미래의 국악세계를 제시하는 부분이 있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그 다음으로 서양음악과의 크로스오버입니다. 가장 두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감명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국악기로 새로운 장르를 보게 될 것입니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음성'과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산들바람은 불어오고' 역시 국악기로 편곡했습니다. 이 곡을 들으면 어떨까 상상을 해보면 유럽의 정서로는 '굿'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남미 페루 악단과의 협연역시 기대해 볼만합니다. 민속음악이 작곡자의 판타지나 특별한 약속없이도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 곡은 '황야의 무법자' 주제곡을 가지고 신나게 마무리를 합니다. 다양한 표본을 가지고 고정관념을 깨는 이번 공연은 그래서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전통악, 2부는 서양음악적 요소와 전통적 요소가 혼합돼 있고, 새로운 소리를 창출해 내는 하이브리드적인 실험도 포함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국악의 문제점은 크로스 오버, 퓨전 공연도 하면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하이브리드적인 실험도 같이 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다소 혼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콘텐츠 보강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국악이 박물관에서나 보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이런 음악회를 계속 확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시절 양의가 한의를 죽이는 것과 같은 과정이 음악계에도 있었습니다. 서양음악을 작곡하는 사람들이 '국악은 미개한 음악'이라고 말했으니까요. 그래도 국악은 현재까지 살아남았고 우리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많이 생겨나지 않았습니까?

▲특히 2부에 있을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 이발사'중 '방금 들린 그대 음성'은 크로스오버로 선보입니다. 크로스오버가 우리나라는 상당히 늦은 편입니다.

제가 조사해 본 바로는 레바논 사람이 1940년대에 실시했고 중국은 뭐든지 다 할 수 있게 완벽하게 끝내 버렸습니다. 북한도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만 우리식의 독특한 어법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고집하다가 호환성이 결여돼 있는 실정입니다. 빠른 속도로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자연적으로 흐르는 대로 가다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교수님들이 이론에서 강하게 어필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뭐냐 하면 전통이라는 개념은 과거 선조들의 사상이나 정신세계가 무조건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그 부분만 계승됩니다. 그러니까 각 분야가 밀려나지 않기 위해, 또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발전을 해줘야 전통이 다양하게 이어지는 것입니다. 전통이 더 이상 보호대상만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습니까?

▲이제 우리나라도 먹고사는 기본은 다 해결이 됐습니다. 누가 창의적인 것을 가지고 치고 나오느냐 그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거기에는 정책이 계속 뒷받침돼야 하겠지요.

 
-결국은 콘텐츠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선보여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국악공연장에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국악그룹도 육성해야 합니다. 국민들과 함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때 국악의 대중화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발표회를 할 경우 전통만 고집해도 됩니다. 그런데 제자들과 함께 퓨전공연을 꼭 섞어서 합니다. 그러면 '교수님 혼자서 하시지, 무대가 격하된다'이런 평가를 내놓는 사람도 있고, '애기들이 참 귀엽게 잘합디다'이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랬을 때 주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중도노선을 걷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경험한 것을 그대로 말씀드리자면 KBS국악관현악단에 부임하고 1년이 지나면서 국악이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국악의 장래를 놓고 봤을 때, 중산층을 파고 들어가는 전략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적으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로비문화와 바로 옆 국립국악원 예악당의 로비문화가 옷차림, 표정 등 이렇게 달라서야 되겠느냐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새롭게 변화된 연주를 선보이니까, 공연이 끝나면 국악이 이렇게 변화했다는 데 놀랐다는 반응이 나올 때도 많습니다. 국악이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손자들 손잡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어야 한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국악 공연장에 나온 교포들은 나이가 들수록 마음에 와 닿는다고 합니다. '먹고살기 바빠서 국악연주를 들을 여유가 없었는데, 조국에 와서 보니 느낌이 다르다 자주 접해야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처절한 노력을 합니다. 타이틀 롤부터 '국악짱 재미짱' 이런 창피할 정도로 붙여놓고, 어떻게 하면 오게 할까 고민을 합니다.

▲요즘 많이 뜬다는 코메디안을 사회자로 부를 정도면 우리의 고민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여름에 빙하축제를 열어 환경캠패인을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팽귄 인형 옷을 입히고 판소리 이야기꾼도 도입하고.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서양음악과 비교해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국악이 발전하려면 정책도 있어야 하고, 국악인들이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연습실 공간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저희 신문사도 그동안 국악에 대해서 많이 관심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행사를 주최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습니다. 이런 행사가 국악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런 기회가 지방에서도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KBS국악관현악단에 있을 때 전주에서 세계소리축제 주최측에서 저한테 주문을 하는데, 하고 싶은대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전주는 젊은 애들이 작곡을 하면 도무지 받아 들여 지지가 않는다, 틀에 박힌 전형적인 가락이 나오지 않으면 곡이라고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KBS가 기상천외한 가락을 소개해 달라, 인식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가지고 지방 몇 군데를 가면 지방 국악관현악단에도 굉장히 충격적이고, 지역의 행정 관료들도 인식의 전환이 있을 겁니다. 그러면 예산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죠. 또 지방 악단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리를 정리하는데 필요한 것들에 대한 조언이 되는 셈입니다.


▲어떻게 사람을 수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결국은 객석이 문제입니다. 음악에 대한 인식을 심으려면 교육을 통한 방법이 첫째입니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베토벤이 음악의 아버지라고 배우기전에, 피아노를 만지기 전에 장고도 쳐보고 단소도 불어보고 해야 합니다. 교육부에 있는 공무원들의 역할이 큽니다. 어려서 경험을 하면 커서도 자연스레 들으러 옵니다. 국악을 들을 수 있는 귀를 뚫어줘야 합니다.

▲국악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지적됐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국회에서 진흥법을 제정하는 것입니다. 국악에 대한 기회를 확대하면 이런 매듭들이 풀려질 것입니다.

▲예전에 선비들은 책을 많이 읽습니다. 책속에 사람답게 사는 방법이 있으니까. 그런데 책만 많이 읽으면 사람이 경직됩니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하나 거문고를 꼭 가지고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세상사는 방법, 예를 익히고 악기를 통해 마음을 닦으며 덕을 쌓았습니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음악은 '딴따라'가 하는 것이다, 지식만 쌓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예술 음악 교육을 경시하고 초등학교에 '즐거운 생활' 시간수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세상이 자꾸 삭막해지는 것을 막기위해 교회지도자가 설교를 잘해서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음악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잘 알아줬으면 합니다.

▲요즘은 언론에서도 국악은 잘 다루지 않습니다. '국악은 건드리면 난리난다' '국악은 음악이 아니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국악관객이 서울권에 800명, 무용이 2만명입니다. 그런데도 국악계를 하나의 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죠.

▲우리 국악인들 스스로도 감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내용과 형식, 포장까지 노력해서 신장개업하는 음식점처럼 처음 맛보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어떻게 대중에게 다가갈 것인가는 우리의 또 다른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한 데, 아시아경제신문이 '백두대간의 혼을 깨워라'라는 취지로 국악음악회를 기획해줘서 국악계가 매우 고무돼 있습니다.

정리 =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사진 = 박성기 기자 musict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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