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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100세 어머니’와 노인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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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더욱 짙어지는 5월은 만개한 꽃들로 항상 향기가 넘칩니다. 울긋불긋한 꽃들과 초록의 풀잎 등 5월의 색은 어느 계절보다 유난히 돋보입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도 운치가 있습니다. 또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보은과 감사의 마음이 넘쳐 더욱 우리에게 정겹게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어버이날 인터넷에 올라온 아름다운 두 사례가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모두 100살이 넘은 어머니와 자식 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101세 된 어머니가 68살인 장애인 딸을 보살피며 사는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한참 봉양을 받아야 할 어머니가 누워 있는 딸의 손을 주무르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왠지 부자연스러운 상상이 됩니다.
1939년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어머니가 출근한 사이 네 살배기 딸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딸은 이제껏 누워서 살고 있습니다. 고개조차 가누지 못하는 딸을 고치려 용하다는 병원과 한의원을 모두 찾아다녔지만 허사였습니다. 딸의 상태가 악화되자 교직생활 30년을 마감하고 누워있는 딸에게 글을 가르치고 책을 읽어주며 70년을 한결같이 지내왔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가끔씩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오히려 누워있는 딸의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끈질긴 모녀의 정 속에서 100년의 삶을 바쳐온 어머니, 곱디고운 여선생님의 모습은 전신마비 딸과 함께 묻혀 졌지만 앞으로 자신이 죽은 뒤 혼자 살게 될 딸을 생각하면 지금도 걱정이 앞선답니다.

또 한편의 드라마는 107세의 어머니를 업고 다니는 72세 아들의 사연입니다. 몇 년 전 치매에 걸린 노모와 한시도 떨어질 수가 없자 밭일을 나갈 때도 함께 하고 하루 세끼 모두 따뜻한 밥을 마련해 어머니를 모시며 대소변도 받아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젊은 시절 아버지가 두 번째 부인을 얻자 아들과 둘이 집을 나와 힘겹게 아들을 키웠습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삶의 전부였으며 목표였습니다. 이제 어머니가 아들의 전부가 되었습니다. 한편은 어머니가 자식을, 한편은 자식이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고 있지만 100세가 넘은 주인공들의 모습이 우리를 눈물지게 합니다.

최근 우리 주변엔 ‘어머니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는 불경기 속에서도 출간 5개월 만에 70만부 판매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조선시대 말 개화기부터 지금까지 자기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 ‘투사’로 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삶을 그린 ‘어머니 수난사’가 출판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 60대 딸이 80대 병든 어머니를 돌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기록한 ‘어머니를 돌보며’도 번역돼 가정의 달 5월에 어머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우리 사회는 비단 어머니의 사연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부모에 대한, 나아가 어르신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이 되면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15세 미만의 유년 인구보다 많은 가분수형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 때가 되면 젊은이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합니다.

유엔은 65세 이상이 인구의 7%가 되면 고령화 사회로,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20%가 넘으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미 7%를 넘어섰고 2019년엔 14.4%, 2026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어느 선진국보다 무척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전국 234개 시군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이 20%가 넘은 지역이 35곳에 달해 기초 지방자치단체 7곳 중 1곳이 초고령 사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들지만 복지혜택을 받아야 할 계층은 늘어나는 것으로 국가와 사회 모두가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또 평균 수명도 크게 늘어 1971년 62.3세이였던 것이 1991년 71.7세. 2000년 75.9세, 2005년 77.9세로 미국 수준과 맞먹으며 2010년에는 79.1세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칭 60세를 직장의 정년으로 볼 때 퇴직 이후 20년을 직업 없이 더 살아야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특히 요즈음 같이 40~50대에 직장을 잃는다면 그 기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는 하나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없습니다. 지난해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시돼 요양시설들이 늘고 있지만 시설도 모자라고 운영도 그다지 만족지 못하다고 합니다. 또 요양시설 등은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으나 실제 이용자들은 교통이 편리하고 큰 병원이 주변에 위치한 곳에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집계만 봐도 6개 광역시에 있는 요양시설은 정원을 채우고 대기자가 있으나 중소도시와 군 지역은 정원의 80%도 채우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얼마 전 지하철 2호선에 인접해 있고 주변에 대형 병원과 백화점, 할인점, 전문 식당과 영화관 등 편의시설이 있는 한 도심 속 시니어타운을 다녀왔습니다. 수용 인원도 많고 최첨단 시설을 바탕으로 주거와 여가, 건강과 쇼핑을 함께 할 수 있는 원스톱 복합시설이었습니다. ‘더 클래식500’이라는 프리미엄급 노인요양시설이었는데 메디컬센터와 도서관, 위락시설 등을 모두 갖추고 있으나 비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짚어 본 어머니의 고귀한 희생과 우리 사회의 단상들입니다. 아직은 젊다고 자부하는 우리들도 갈 수밖에 없는 길,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시설과 복지정책이 합리적이고 계획적으로 입안되고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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