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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지미 카터와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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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 나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다 알다시피 뉴욕타임스의 명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써서 유명해진 책입니다.

책 내용을 발췌해 옮겨보겠습니다. 사회간접자본 시설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의 장관과 아프리카 국가의 장관이 서로 상대방 국가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장관이 아시아 국가를 방문했다. 방문 마지막 날, 아시아 국가 장관이 아프리카 장관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이에 아프리카 장관이 물었다. ‘우아, 당신 월급으로 어떻게 이런 집에서 살 수 있습니까?’ 그러자 아시아 장관이 전망이 아주 좋은 널찍한 베란다로 그를 데리고 가 멀리 보이는 새 다리를 가리키며 ‘저 다리가 보입니까?’ 라고 물었다. 이에 아프리카 장관이 ‘네, 보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시아 장관이 이번엔 자신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10%요.’ 다리 건설비의 10%가 자기 주머니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1년쯤 후. 이번에는 아시아 장관이 일전에 자국을 방문했던 아프리카 장관을 방문했다. 아프리카 장관은 자기보다 훨씬 더 호화로운 집에 살고 있었다. 아시아 장관이 ‘아니 , 당신 월급으로 어떻게 이런 집에서 살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아프리카 장관이 응접실에 붙은 널찍한 베란다로 그를 데리고 가 멀리 지평선을 가리켰다. ‘저기 다리가 보입니까?’ 하고 아프리카 장관이 물었다. 그러자 아시아 장관은 ‘아니요. 다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데요’ 라고 대답했다. 이에 아프리카 장관은 ‘그렇지요’ 하면서 자신을 가리키며 ‘100%요’ 하는 것이었다.”

아마 아프리카의 장관은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언제까지 100% 전부를 수중에 챙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에 따라 그 액수가 조금씩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즘 <진정한 리더는 떠난 후에 아름답다> 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퇴임 후에 더 멋진 삶을 살고 있는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 이야기입니다. 퇴임 당시 56세였던 카터는 평균 수명을 감안했을 때 81세까지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25년이라는 긴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까’ 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고민 끝에 그는 전직 미국 대통령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카터재단을 만들고 세계평화와 인류복지 향상을 위해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카터재단은 70개국이 넘는 세계 곳곳에 도전적이며 또한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모험적이고 만족스러운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는 노벨 평화상까지 받게 됩니다.

70번째 생일을 맞이해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지난날을 회고한다면 언제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게 있어 가장 좋은 시절은 백악관을 떠난 뒤 로잘린과 함께 즐겁게 지내고 있는 바로 이 순간”이라고 답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으론 세 번째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이를 보고 역사가 되풀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의식이 변하기 때문에 역사가 그저 되풀이되진 않습니다. 외견상 같은 모습이지만 분명 그 안에는 큰 변화가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불행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00%가 10%가 되듯 우리도 멀지 않은 날, 지미 카터와 같은 전직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지 않으면 변화가 와도 눈치채지 못합니다. 반복되는 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 그 안에서 변화를 찾아내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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