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가보면 출퇴근 시간의 대도시에 엄청난 규모로 몰려드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행렬을 만나게 됩니다. 그게 상당히 오래된 일인데도 왜 우리나라에선 자전거가 그토록 실용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자전거문화가 정착되지 못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 1년에 평균 20여일 이상은 비 때문에 타기가 불편합니다. 결국 1년 중 6개월은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여의치 못합니다. 그래서 자전거는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기보다 레저나 운동 삼아 타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은 ‘탈것’에 관한 의식문제입니다. 탈것을 신분과시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풍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작은 차보다는 더 큰 차를 선호하게 됩니다. 즉 자전거를 타던 사람이 오토바이로 바꿔 타고, 다시 오토바이를 버리고 승용차로 갈아타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를 바꾸기는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만약 지금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전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전거 타기를 활성화시키면 단기적으로는 자전거 연관 기계공업이 혜택을 입을 수는 있습니다. 그럴수록 내수시장에서는 오히려 국산 자동차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고, 수출을 하더라도 자동차에 비하면 부가가치가 월등히 낮아 제조업 전체적으론 실익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결론은 자전거가 레저나 스포츠 용도로 기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홍보를 해야 될 정도의 비중이 있는 사업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골프와 낚시와 등산인구만 해도 대충 1천만명이 넘는데 그들이 자전거를 타고 떠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체면은 고사하고 장비와 이동거리 때문에도 그렇지요.
자전거를 타는 계층은 대단위 공장근로자들과 세발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들, 통학하는 학생들과 시장 가는 서민 주부들, 하이킹과 체력단련차 강변을 달리는 사람들이 주가 되는 기존의 한정된 시장입니다. 억지로 창출한다고 해서 생각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미국 자동차산업이 파산위기를 겪는 것처럼 우리 경제에도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고용효과는 이미 위험수준(?)을 넘어선 지 오랩니다. 국내 자동차시장도 어려운데 혹시라도 자전거를 편애하다 자동차를 빗나가게 하는 결과를 자초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월의 태양은 벌써 자전거족들을 시샘하는 듯 빨리 뜨거워지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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