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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전쟁]녹일까 태울까…시멘트·석화·소각업체 "폐플라스틱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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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석유화학·소각업체 생존 건 쟁탈전
온실가스 감축 폐플라스틱 확보 공통 숙제

[폐플라스틱 전쟁]녹일까 태울까…시멘트·석화·소각업체 "폐플라스틱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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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업계와 석유화학업계, 소각업계가 생존을 건 폐플라스틱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2위 석유화학업계와 3위 시멘트업계가 ‘환경오염 주범’ 오명을 벗기 위해 주력사업에 폐플라스틱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현재는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설비를 본격 가동하기 전인 석유화학업계보다 폐플라스틱을 보조연료로 사용하는 시멘트업계가 가져가는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죽어나는 것은 소각업계다. 한정된 폐플라스틱을 시멘트업계가 싹쓸이해가면서 소각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지난 9월 정부에 시멘트 업체들이 폐플라스틱 소각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석유화학업계는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쓰지 말고 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주장한다. 석유화학업체들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열분해유를 만들어 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2030년부터 플라스틱을 제조할 때 재생원료 30%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LG화학 , SK 지오센트릭, 롯데케미칼 , 한화솔루션 등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짓고 있거나 기술개발,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폐플라스틱 수거·선별 시설에 투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 중이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수거·선별 시설을 대형화·고도화하면 재활용 가능 폐플라스틱을 더 확보할 수 있다"며 "재질별로도 선별이 가능해 재활용 제품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수거·선별업체들을 같이 할 수 있는 파트너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느 밸류체인 중 한 곳이 독과점하지 않고 골고루 윈윈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5일 오후 울산 남구 SK 지오센트릭에서 열린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ARC) 기공식에 참석해 우리 미래를 위한 순환 경제 구축을 강조하는 축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5일 오후 울산 남구 SK 지오센트릭에서 열린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ARC) 기공식에 참석해 우리 미래를 위한 순환 경제 구축을 강조하는 축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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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업계는 유연탄보다 자체 발열량이 높은 폐플라스틱을 소성로(燒成爐, 2000도 고온의 원통형 가마) 온도를 높이는 불쏘시개로 쓰면서 사용량을 급격히 늘려가고 있다. 시멘트공장 폐기물 사용량 가운데 가연성 폐플라스틱 사용량은 2017년 86만7428t에서 지난해 229만624t으로 5년 새 164% 늘었다.


시멘트 업계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폐플라스틱 순환자원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연료로 쓰던 유연탄 대신 순환자원을 사용하면 고온 가열 시 질소산화물이 줄어든다”며 “국내 시멘트 회사들이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려고 공장에 선택적촉매환원(SCR) 설비를 도입하려고 준비 중인데, 이것 또한 유연탄보다는 폐플라스틱을 넣어야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쌍용C&E의 경우 SCR 도입 등 설비에 2030년까지 총 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시멘트 업계는 석유화학업계와 폐플라스틱 물량을 활용하는 데 있어 이른바 ‘신사협정’을 생각 중이다. 예를 들면 생수가 들었던 폐플라스틱은 순도가 높아 석유화학 원료로 만들 가능성이 높으니 석유화학 업계가 사용하고, 염료 등이 들어간 폐플라스틱은 시멘트 업계에서 순환자원 연료로 활용하는 식이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서울 외곽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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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공장에서 소성로에 넣기 전의 폐기물 모습 [사진제공=한국시멘트협회]

시멘트 공장에서 소성로에 넣기 전의 폐기물 모습 [사진제공=한국시멘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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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찬수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분리수거 할 때 보면 생수병을 따로 모으는데 아무래도 깨끗하다 보니 재활용률이 높을 것이고 이 부분을 석유화학 업계가 가져가면 된다”고 말했다. “남은 것 중 다소 세척이 필요한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은 시멘트 업계에서 연료로 재활용하는 식으로 양쪽이 필요한 폐플라스틱을 쓰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온실가스 감축과 순환경제 측면에서 ‘물리적 재활용-화학적 재활용-시멘트 등 열적 재활용’ 순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다만 석유화학업체들이 화학적 재활용 설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 폐플라스틱이 그쪽으로 몰릴 전망이다. 시멘트업계는 t당 5만원씩 돈을 받고 폐기물을 처리해주고 있지만, 석유화학업계는 반대로 돈을 주고 재활용 원료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영세한 소각업체들이다. 지금까지는 선별업체가 물질재활용 원료 선별 후 잔재물을 소각업체에 t당 20만원을 주고 소각처리해왔다. 그러나 시멘트업체들이 5만원에 대신 처리해주다 보니 물량을 빼앗겨 고사 위기에 처했다. 한국자원순환협회와 한국폐기물에너지산업협회 등 11개 단체는 환경자원순환업 생존대책위원회(생대위)를 구성하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재활용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기 용인시재활용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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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대위는 지난 9월 환경부와 시멘트협회 등 총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폐기물업계 상생발전 1차 간담회'에서 시멘트 공장 반입 폐기물 쿼터제 적용, 반입폐기물 종류 제한, 상생협약 등 5개를 제안했으나 시멘트업계 측은 자율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며 모두 거부했다. 환경부 역시 정부의 시장개입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환경부는 추후 소수 정예로 2차 회의를 열고 법적 기준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이달 중 2차 간담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정부가 개입해서 물량을 조정할 수는 없다”며 “일단 계속 논의의 장을 마련해 서로 입장 차이를 좁혀가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상생방안을 모두 거부당한 생대위는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방안 1개만 제시해놓은 상태다. 장기석 생대위 사무처장은 “생대위에 참여한 소각업체, 물질재활용업체, 고형연료 제조업체 430개사들이 탈진 상태에 직면한 것은 정부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시멘트 공장 자율검사에 맡겨져 있는 폐기물의 중금속 검사를 법정 검사로 전환해 순환자원 유통경로라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시멘트업체가 한국환경공단 기준에 맞춰 자체 분석해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법정 검사로 전환하면 환경공단에서 분기마다 시료를 채취해 어떤 폐기물을 반입 받고 있는지 정부가 관리하게 된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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