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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뺏는 상여금?… 중견제약사 리베이트 의혹 휩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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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실적' 이어가는 제약사
영업직에 성과급 주고 세금 제외 후 회수
'특별 상여'까지 도입…가짜지급 의혹도

줬다 뺏는 상여금?… 중견제약사 리베이트 의혹 휩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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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코로나19 유행으로 감기약 등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견제약사가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했다가 되가져가는 이른바 ‘가짜 상여’ 논란에 휩싸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자금을 병원, 약국 등에 불법 리베이트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견제약업체인 A사는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3.5%, 127.4% 각각 성장했다. 1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에 더해 감기 환자까지 늘면서 해열진통제와 진해거담제의 인기가 늘면서다.

하지만 A사 직원들은 이 같은 성과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회사 측에 불법적인 상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복수의 직원들에 따르면 영업사원들은 매달 60만원의 성과급(인센티브)를 받는다. 하지만 이 성과급은 직원들이 가질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직원 A씨는 "이 중 10만원 정도를 ‘세금 보전’ 명목으로 제외하고 50만원을 찾아 팀장에게 바친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이를 통해 회사가 병원, 약국 등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위한 비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한 직원은 "회사 차원에서 현금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상품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가성 상품을 지급하고 있다"며 "각 팀장의 일탈이 아니라 회사에서 승인을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A사가 올해부터 도입한 ‘특별상여’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가짜 상여’라는 말이 나온다. 개인별 매출의 약 2%가 특별상여로 지급되지만 이는 다시 관리자에게 전액 반납해야 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올해 A사의 상반기 의약품 내수 매출이 2000억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서 반기별로 약 40억원의 별도 현금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 직원은 "사측의 가짜 상여 지급 행위가 올해부터는 더 심해져 수백만 원을 매달 반납하고 있다"면서 "의약부 영업사원 대부분의 명세서상 연봉이 7000만~8000만원에 달해 과도한 세금 징수는 물론 연말정산 등에서 정부의 정책적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사가 가짜 상여를 통해 비자금을 마련, 리베이트 용도로 사용했다면 불법 리베이트로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다. 법인세 탈루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줬다가 되돌려받아 경비로 쓰게 되면 세법상 가공의 경비가 되는 만큼 탈세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사의 성과급 상납은 관리자들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시가 없어도 상납해야 하는 강압적 분위기가 회사 내에 형성돼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직원은 "관행이라고 해도 누가 수백만 원씩 자발적으로 돈을 바치겠는가. 선택지가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상납을 거부한 사례도 없어 실제 어떤 보복이 일어날지도 알 수가 없다. 다들 영업을 위한 지원을 모두 끊고 사비로 영업을 뛰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회사가 약속한 개인별 실적에 따른 분기별 성과급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 성과급은 다시 상납해야 하는 돈은 아니다. 하지만 당초 회사가 약속했던 데 비해 절반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되거나 이마저도 차일피일 밀린 후에야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인 옛날 소규모 업체에서나 벌어졌던 관습으로 알고 있다"며 "중견 제약사에서 이런 일이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A사에 본지의 거듭된 요청에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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