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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고교학점제, 혼란만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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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고교학점제, 혼란만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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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고교학점제를 임기가 끝나는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한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 사이 지금에 와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고교학점제 도입 의지에 의문이 따른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교과목을 선택함으로써 진로 설계에 도움을 주자는 것으로, 학생이 강의실을 옮겨가면서 수업을 듣기에 교실의 혁명적 변화를 수반한다. 문 정권은 지난 4년 내내 자율형 사립학교(자사고) 폐지 등으로 교육의 선택권을 좁히고 또 학생·학부모보다 교사를 우선해왔다가 고교학점제의 도입으로 방향을 바꾸는 셈이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교육제도의 개선은 사전에 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일반 사람은 고교학점제 도입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어, 한국교육개발원의 최근 조사를 보면 고교학점제는 중점을 둬야 할 정책에서 꼴찌였다.


교사들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적극 반대한다. 고교학점제가 어떻게 시행될지 모르는 학생과 학부모는 일단 반기고는 있지만 내막을 알면 불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최근 조사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는 각각 80% 정도가 도입을 찬성한다. 반면 교사 가운데 찬성하는 비율은 40% 조금 웃돈다. 한국교원단체연합회(교총)가 고등학교 교사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고교학점제 반대 비율이 70%를 넘고, 문 대통령과 성향이 같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조사를 봐도 반대 비율이 이와 비슷하게 높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입장을 보면, 학생은 진로를 설계하는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찬성하는 비율이 가장 높고 반면 교사는 공동체 속에서 배려하고 존중하는 교육이 어렵기 때문에 반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1학년에는 공통 과목을, 2학년부터 선택 과목을 이수한다. 평가도 상위 4%는 1등급, 4~11%는 2등급 등에서 A·B·C 등으로 바뀌고 또 공통 과목은 상대평가를 하는 반면, 선택 과목은 절대평가를 한다. 하지만 절대평가는 학부모의 압력 등으로 웬만하면 전 학생에게 A학점을 주지 않을 수밖에 없기에 입시에서 변별력을 상실해, 1학년에서 상대평가가 보다 중요해지고 사교육은 그만큼 더 극성을 부리게 된다. 진로에 대한 정보가 없는 데다 선택 과목의 범위는 작아 2학년부터 학교 수업은 부실해지기 십상이다. 부모나 교사가 진로에 대한 조언을 할 형편이 못된다면 더욱 그렇다. 또 교사 자격이 까다롭고 교사의 급여가 호봉에 따라 결정되어 선택 과목을 가르칠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결국 고등학교 2학년부터 수업은 겉돌고 기초학력 미달자는 늘게 된다.


차기 정권이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려면 교육의 전면적 변화에 나서야 한다. 기술이 급변하고, 일하는 데 필요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에 따라 고용과 임금이 크게 벌어지는 데다, 고숙련 인력이 부족하기에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점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은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계성을 높이는 교육개혁의 일환이 돼야 한다. 세상의 변화와 담을 쌓고 있는 학교와 폐쇄적이고 경직적인 교사의 채용과 급여 결정 방식을 개혁하지 못하면 고교학점제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다. 진로에 대한 정보를 적어도 초등학교부터 꾸준히 제공하고, 학업에 관계없이 무조건 졸업시키던 느슨한 학사관리도 바꿔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이 학업을 따라잡도록 보완하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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