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北, 중국·러시아 밀착…대미협상 기싸움 고도화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北최선희 "美와 대화 기대 사라져간다" 압박
부총리는 러시아행…왕이 中외교부장 방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김동표 기자] 북·미 비핵화 협상 공회전이 길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지름길 대신 전통적 우방국과의 협력이라는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압박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31일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지 않으면 자신들의 그동안의 '핵ㆍ중장거리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때마침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UN)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무협상 대신 이달 중 고위급 회담을 통한 돌파구가 기대되던 북·미 대화는 사실상 무산됐다.

반면 북한은 중국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최 부상의 담화 직후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북을 공식화했다. 왕 국무위원의 방북에서는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이징 답방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침 10월1일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이 예정돼 있어 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열병식에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함께할 경우 한미 동맹에 대응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최근 북핵협상 수석대표를 교체했지만 한미 측 담당자와의 접촉이 지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도 최근 예정한 중국 방문을 취소한 바 있다.


북·러의 밀월도 심상치 않다. 북한은 오는 4일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5차 동방경제포럼에 리용남 내각 부총리를 대표단 단장으로 파견한다. 동방경제포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도하는 국제회의다. 앞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지난달 15일부터 이틀 동안 북한을 방문해 리태성 외무성 부상, 최 제1부상을 만나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양측이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했으나 푸틴 대통령의 방북 또한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는 북ㆍ미 대화의 데드라인을 올해 말로 설정한 바 있다. 중ㆍ러와의 경제적ㆍ정치적 밀월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에 연말까지 양보를 촉구하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났다.

원본보기 아이콘


북·미가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이를 통한 경제 발전이라는 시나리오를 접고 중국ㆍ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이라는 새로운 길로 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길은 도발과 무력을 통해 협상을 강제하는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라 할 수 있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본국 송환을 막기 위해 중국·러시아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ㆍ러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을 통해 북한의 경제난과 외화 부족을 측면 지원할 수도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우리 정부도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 측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르굴로프 차관과 만날 예정이다. 북·미 협상 재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지난달 최 부상을 만나고 온 모르골로프 차관을 통해 북한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석배 주러대사도 모르굴로프 차관과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와 한·러 양자 관계 현안 등을 논의했다. 아울러 동방경제포럼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데, 리 내각 부총리와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외국인환대행사, 행운을 잡아라 영풍 장녀, 13억에 영풍문고 개인 최대주주 됐다 "1500명? 2000명?"…의대 증원 수험생 유불리에도 영향

    #국내이슈

  • "화웨이, 하버드 등 美대학 연구자금 비밀리 지원" 이재용, 바티칸서 교황 만났다…'삼성 전광판' 답례 차원인 듯 피벗 지연예고에도 "금리 인상 없을 것"…예상보다 '비둘기' 파월(종합)

    #해외이슈

  • [포토] '공중 곡예' [포토] 우아한 '날갯짓' [포토] 연휴 앞두고 '해외로!'

    #포토PICK

  •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美 달린다…5대 추가 수주 현대차, 美 하이브리드 月 판매 1만대 돌파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CAR라이프

  •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