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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분양 공포 커지는데…집계는 부실투성이

최종수정 2019.05.03 10:15 기사입력 2019.05.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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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770가구, 사실은 2월 말 상황
e편한세상광진그랜드파크 분양 현황 제대로 반영 안 돼
시행사→지자체→국토부, 집계 과정 허술

지난달 30일 발표된 3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 수 추이. 그러나 집계 과정에서의 누락으로 실제 상황을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3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 수 추이. 그러나 집계 과정에서의 누락으로 실제 상황을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지방에 이어 서울로 아파트 미분양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시장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할 정부의 통계는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을 구분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집계 과정에서의 누락도 많아 상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지난 3월 말 서울의 미분양 주택 수(770가구)는 사실상 한 달 전인 2월 말 발표됐어야 할 수치가 뒤늦게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각 시행사에서 지방자치단체, 지자체에서 국토부로 연결되는 집계 과정에서 정보가 허술하게 관리돼 실제 상황과 다른 숫자가 공식 수치로 노출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서울 미분양 주택 770가구의 대부분은 광진구(720가구)에 몰려 있다. 여기에는 광진구 'e편한세상광진그랜드파크'의 미분양 물량 685가구가 포함됐다. 사실상 한 단지의 분양 참패가 서울 미분양 물량을 끌어올리면서 시장에 경고음을 울린 셈이다.

문제는 경고 장치가 너무 늦게 잘못된 시스템과 정보로 작동됐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각 단지에서 정당계약이 진행된 해당 월의 말일까지 계약되지 않은 가구를 미분양으로 정의한다. 지자체가 시행사를 통해 각 자치구 내에서의 미분양 현황을 파악한 후 국토부에 보고하면 국토부는 이를 합산해 공식 수치로 발표하는 것이다. 일반 분양 730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광진그랜드파크는 지난 2월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정당계약을 진행했으며, 이 기간 45가구만 계약이 체결됐다. 정당계약이 끝나고 하루 만에 월말(2월28일)을 맞았기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이 단지에서 발생한 685가구의 미분양 물량은 2월 말 기준 수치에 반영돼 3월 말에 발표됐어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시행사와 광진구청으로부터 이를 제때 보고받지 못했다. 광진구는 이에 대해 시행사 측이 3월 초 해당 정보를 보고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누락은 지난 3월에도 이어졌다. 시행사가 3월 중순께 계약 조건을 계약금 10%, 중도금 40% 대출로 완화하면서 320가구가량이 추가 계약됐다. 3월 말 기준 계약률은 50% 수준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시행사는 이를 광진구에 보고하지 않았고, 구청 역시 추가 계약 물량을 확인하지 않은 채 앞서 넘겨받은 2월 말 기준 미분양 수치를 그대로 국토부에 전달했다. 숫자상으로는 2월 말에 분양한 서울 시내 유명 브랜드 아파트가 만 한 달이 지나도록 전체 일반 분양 물량의 6%밖에 팔리지 않은 초유의 상황인데도 국토부 역시 추가 확인 없이 그대로 수치를 공식화했다. 4월 말 현재 이 단지의 계약률은 71%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서울 미분양 가구수의 제대로 된 흐름은 2월 급증 후 3월 회복 양상이었어야 한다.


허술한 관리 체계뿐 아니라 월말을 기준으로 끊어내는 정부의 미분양 구분 방식도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당장은 수요가 없는 물건으로 미분양을 인식하지만, 이는 실제 분위기와는 괴리가 있다. 예컨대 월말에 정당계약을 끝낸 단지의 경우 미계약분에 줄을 서는 무순위 청약 전(前) 물량도 모두 미분양으로 집계된다. 반면 월초 정당계약을 끝내는 단지는 무순위 청약 추첨과 재추첨, 선착순 분양 등의 '털어내기' 작업을 모두 끝낸 물량이 미분양으로 잡힌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하락기에는 미분양이 주는 무게감이 크다"면서 "더욱 정확하게 통계를 관리하고 발표해야 시장에 제때 하락 위험성을 경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그간 각 사업장 미분양 현황에 대해 뒤늦게 보고하는 것이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는 숫자가 크게 움직이지 않을 때의 얘기이며, 이번처럼 700가구에 가까운 미분양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는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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