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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주택의 건설에서 도시의 건축으로

최종수정 2019.03.21 11:20 기사입력 2019.03.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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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주택의 건설에서 도시의 건축으로

지난 근대화와 산업화의 빠른 속도 속에서 우리는 도시로 몰려드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빨리 주택을 건설하고 공급해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것을 제일의 과제로 여겼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용하는 성과도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건설된 주택에 수용되는 것에 불만도 많고 불편해하는 것 같다. 오히려 우리는 도시와 건축이 좀 더 사람들에게 인간적 얼굴을 하고 다가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도시나 건축도 좀 더 아름답고 친근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왜냐하면 피곤하고 지치기 쉬운 우리 현대의 삶속에서 도시나 건축은 피할 수 없는 환경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재의 상황이 최근 서울시가 도시건축혁신방안을 들고 나온 배경이 아닐까 한다.


이제 우리 도시는 초기의 근대화ㆍ산업화를 위한 성급한 도시 조성의 한 시대를 넘기면서 허겁지겁 짓고 수십년이나 돼 낙후한 건물과 가로 그리고 도시를 다시 단장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다다르고 있다. 또다시 1960년대 이후의 급하게 닥치고 짓는 도시ㆍ건축 만들기 방식을 계속해서는 집주인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 시민들의 기대에 매우 미흡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수용소처럼 사람을 수용하는 도시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 관건은 바로 개별적 건물이나 주거 단지를 넘는 시각으로 도시를 건축하는 것이다.


집안은 얼마나 편리하고 아늑한가. 단지 내는 쾌적하고 보기 좋다. 그러나 밖으로 나와 보면 이건 마치 섬과 같아서 주변 시가지와 함께 만들어진 도시는 불협화음 그 자체다. 주변과 앙상블을 이루지 못해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현대인을 더욱 피곤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단지는 담장으로 막혀 있거나 주변 가로와 아무 관계없어 황량한 가로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예전에 있던 길도 새 단지 건설로 끊어져서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옆의 주거지에는 온종일 그늘을 들이거나 들여다 보게 돼 사생활을 침해하기도 한다. 공원이나 강ㆍ산 주변은 온통 고층 주거가 둘러싸서 강이나 공원ㆍ산 등에서 볼 때는 장벽에 가로막힌 답답한 오픈스페이스밖에 되지 않는다.


서로 랜드마크가 되겠다고 자칭하면서 높이 지으려고 하나, 결국 주변 다른 사람들도 높이 지으면 랜드마크는 공염불이 된다. 한 명의 스타가 있으려면 주변에 많은 조연과 단역배우가 함께해야 하고 이런 배역은 배우 스스로 맡는 것이 아니라 연출이나 감독이 배정하는 일이다.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는 도시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각 건물에 주어진 역할을 좋은 연기(설계)로 실행해야지 갑자기 자기가 주역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두에게 매우 황당한 일일 것이다.


각각의 건물이나 주거 단지들이 알아서 주변을 잘 살펴가면서 계획과 설계를 하면 이런 문제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이런 이웃 눈치보기 환경 조성은 근대 이전과 같이 사회 변동이 급격하지 않던 시절에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러나 익명적이며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의 현실에는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넘친다. 누군가 개인이든 단체든 연출이나 감독의 역할을 하며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우리 모두가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개별적 이해관계가 없는 단체라고 할수 있는 공공 행정이 함께하며 각 건물이나 단지 간의 관계 개선을 도와주고 중개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최선의 방법이다. 어느 선진국이나 이는 마찬가지다. 또한 이런 것이 근대적 도시계획이 존재하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제 솔직하게 우리들 스스로가 제 머리를 잘 깎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김기호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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