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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류 팬은 '우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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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1절 독립 만세 운동 100주년 기념 방송으로 모 TV 방송국에서 외국 대학에 설치된 한국학과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기획ㆍ방영해 시청한 적이 있다. 한국학 범주에는 정치ㆍ경제ㆍ역사ㆍ사회ㆍ문화ㆍ예술ㆍ철학 등 모든 영역이 있지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한국어와 한국문학이다.


3년 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사이의 작은 마을인 우수리스크에 잠시 들러 고려인문화센터에서 한국문학 세미나를 하면서, 그곳의 한국어와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도를 알 수 있었다. 그곳에 거주하는 디아스포라 후예인 고려인 중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센터 부관장인 고려인 3세 여성은 젊은 사람들의 한국어 열풍에 대한 소식을 들려줬다. 그는 이런 말을 해줬다.

자신들이나 부모 세대는 낯선 타국에서 먹고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젊은 고려인은 물론이고 러시아 젊은이들이 K팝의 영향으로 한국말을 배우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를 배워 한국에서 직업을 갖기를 원하는 젊은이가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한국어 교사가 부족하다는 말과 한국 정부의 지원이 열악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렵게 외국 대학에 개설된 한국학과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들어 세계인의 눈이 한반도에 쏠리는 기회가 많아졌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때문이다. 그 성과에 대한 소감은 이 자리에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 문제는 우리 민족의 당면 문제로 앞으로도 세계인의 시선이 한반도로 쏠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나는 한국어와 우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뿐이다. 많은 세계인이 코리아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중국이나 일본의 변방국이라는 것만 알 뿐 한글이 독창적이고 우수하다는 것, 한글이라는 글자를 창제한 사람이 있다는 깜짝 놀랄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오래전부터 문화 영토 문제는 담론으로 진행돼 왔다. 이데올로기로 세계가 동서로 나뉘었다가 해빙되자, 경제 블록으로 세계가 재편돼 경제 전쟁이 극대화되면서 앞으로의 세계 판도는 문화 영토의 개념으로 변개될 것이라는 예측이 그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아직도 변형된 이데올로기와 경제 블록 간의 대립 속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문화 영토 개념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리고 그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한때 중국이 한류 유입을 강제로 봉쇄했던 일이 이를 증명한다.

문화는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이다. 잠식성이 강해 은밀하게 스며든다. 그래서 가치관까지도 흔들어놓는다. 요즘처럼 한반도가 주목받은 때는 많지 않았다.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역사ㆍ정치적으로 불행한 나라임이 알려지는 것을 방관하지 말고,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 그것이 K팝을 통해서든 K드라마를 통해서든 우리의 고유한 언어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것이 문화 영토의 근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와 풍습 그리고 우리말이 존재하는 공간은 우리의 영토라 할 수 있다. K팝을 좋아해서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은 우리의 사고와 풍습을 따르는 우리의 친구이고 이웃이다. 유아적 발상이지만, '우리 편'이다. 세계 다른 나라와의 분쟁이 있을 때 그들은 우리 편이 된다. 그들이 어디 있든 그들은 우리말과 함께 우리를 지켜본다. 이것이 우리나라를 외롭지 않게 한다.


유한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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