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文정부 첫 저출산고령사회 로드맵
194개에서 35개 핵심과제로 추려
양육비용 줄이고 서비스 촘촘하게
2025년까지 아동 의료비 제로화 추진
내년 2월 양육지원체계개편 TF 예정
초등 하교시간 연장 빠진 건 아쉬움
이같은 위기속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7일 '저출산ㆍ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3차 기본계획 시행시기인 오는 2020년까지가 '저출산 극복의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이번 로드맵의 가장 큰 변화는 패러다임 전환에 있다. 그간 정부가 '2020년 1.5명' 등 출산율을 목표로 설정하고 국가 주도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시행했다면 앞으로는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상희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정책의 목표는 2040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남녀 평등한 일터와 가정이 당연한 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제3차 기본계획 194개 과제중 각 부처에서 자율 추진하게 될 94개 항목을 제외하고 역량집중과제로 저출산 분야 18개, 고령사회 분야 17개로 추렸다. '아이 키우기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아이 키우는 비용을 줄이고, 시간은 늘리고, 서비스는 더욱 촘촘하게 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 각종 아동지원정책을 연계ㆍ확대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등 공보육 이용아동 40%를 조기에 달성하는 등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특히 초등학교 입한 전 아동의 의료비를 사실상 제로화하는 방안에 공을 많이 들였다.
-2025년까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의 의료비 제로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2017년 10월부터 15세 이하 아동 입원 진료비는 본인부담을 기존 10~20%에서 5%로 낮춰 시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여기에 더해 질병으로 병원 방문이 잦은 영유아들을 위한 의료비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7월 1세 미만 아동의 경우 외래 본인부담이 기존 21~42%에서 5~20%로 줄었다. 임산부에게 일괄 지급되는 국민행복카드로 의료비를 결제할 수 있게 되고 금액도 기존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상향된다. 초등학교 입학전 아동의 의료비 부담 최소화는 2단계 추진을 준비중이다.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만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이 지급되고, 9월부터는 만 7세 미만(생후 84개월)까지 지급 대상이 확대된다. 2021년 이후 사회적 논의 거쳐 아동수당 적정수준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내년 2월 중 위원회 내 아동양육지원체계 개편 등을 논의할 수 있는 TF를 운영할 예정이다. 아동수당은 선진국처럼 적어도 성인이 되기 전 중·고등학교 때까지 보편적으로 줘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이제 아동수당은 첫 발을 떼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설계를 잘 해 나가야 한다. 내년 상반기 내 보육료, 가정양육수당, 지자체 출산장려금 등 각종 지원과 연계한 아동수당 확대와 양육지원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해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
-내년 하반기부터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기업에게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장시간 인력공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에 선호되는 방법이다. 지난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중 74.5%가 중소기업 근로자였다. 내년부터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육아휴직과 상관 없이 2년 동안 하루 1시간에 대해서 임금 삭감 없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관련 법률이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 계류중이다. 시행을 앞당기기 위해 국회와도 협의를 추진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내년부터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금도 기존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기업에 부담이 아닌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등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하는 방안이라는 점을 알려 나가겠다.
-저출산위가 비중있게 논의해왔던 '초등학교 하교시간 연장안'이 이번 로드맵에는 빠졌다. 워킹맘들의 아쉬움이 크다. 교육계 반발에 부딪힌 건가.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초등학교 하교시간 연장은 교원, 학부모와 우리 사회 전체가 수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와 숙고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이번 대책에서는 우선 큰 방향성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 4차산업혁명을 맞아 맞벌이 증가·아동수 감소 등 사회변화에 대응해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키워주는 양질의 공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학부모의 의견과 국내외 모범 사례 등을 수집해 교육계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논의를 지원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2006년 이후 올해까지 저출산에 153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출산 정책의 실패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OECD 국가의 아동, 가족과 관련한 복지지출 평균은 국내총생산(GDP)의 2.4~2.5%고, 프랑스는 3.7%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1.38%에 불과한 상황이다. 저출산은 장기적인 시계로 충분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출산 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개인에게 출산을 강요하면서 정작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저출산의 가장 직접적 원인은 비용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없고, 아이를 돌봐주는 시설과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과거처럼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문화적 강제와 사회경제적 필요성이 굉장히 줄었다. 출산이 '선택' 사항이 된 것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선택하고 키우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기반이다. 일자리·주거·교육 이 세가지 구조적 기반이 우리사회가 너무 취약하다 보니 저출산을 야기했다.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해 지원하는 체계가 부족했다고 본다.
-저출산위는 대통령 직속기구이자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할 콘트롤타워지만 실질적으로 총괄 조정하는 기능에는 한계를 보여왔다.
▲저출산위가 대통령 직속기구이긴 하지만 사무처 없이 운영되다가 지난해 10월에야 사무처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추진했다. 3차 기본계획 수립 당시에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미흡해 각 부처에서 제출한 정책을 단순히 취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대책 과정에서는 위원회가 2040·은퇴세대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및 관련부처와 논의하면서 이견이 있는 정책을 주도적으로 조율했다.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앞으로 국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콘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
-로드맵을 발표했던 지난 7일 위원장인 문재인 대통령이 불참했는데.
▲대통령은 외교 일정으로 회의 주재를 하지 못했지만, 저출산위에 늘 "과감하게 하라"고 주문하신다. 지금을 저출산 극복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문재인 정부에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무엇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행복을 찾는 길'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성평등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겠다.
대담 이정일 4차산업부장
정리 서소정 기자 ssj@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에르메스는 양반이네'…돈 있어도 못 산다는 다섯...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