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0m 내 담배소매점 7곳…"담배 판촉 금지해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반경 200m 내 평균 7곳의 담배소매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에 담배 소매점이 많은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일수록 흡연 경험도 많았다.

22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의 2018년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담배소매점은 17만8275곳이다. 이 가운데 학교 주변 200m 이내인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은 5만7035곳으로 32%를 차지한다.

센터가 지난 9월부터 한 달간 서울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을 모니터링한 결과, 학교 주변에 평균 7곳의 담배소매점이 있었다. 가장 많게는 27곳이나 있었다. 담배소매점은 주로 편의점이나 문구점, 세탁소, 서점 등 일상생활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장소에서 담배가 판매됐다.

소매점(편의점)당 담배광고 수는 2016년 20.8개에서 2017년 25개, 2018년 33.9개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중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광고 수는 평균 4.5개였다. 청소년들이 담배 광고에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담배광고 노출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담배소매점이 학교 주변에 많을수록 학생의 담배광고 노출도 및 담배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가 높았다.

학교 주변 평균 담배소매점 개수인 7개를 기준으로 세 그룹으로 나눠 살펴봤더니, '지금까지 담배를 한두 모금이라도 피워본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학교 주변 소매점 수가 평균 이하인 그룹은 14.0%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평균 그룹은 26.0%, 평균 이상 그룹은 41.3%가 나왔다. 담배 브랜드를 6개 이상 알고 이 학생의 비율도 평균 이하 9.3%, 평균 20.0%, 평균 이상 25.2%로 차이가 컸다.

담배광고에 자주 노출될수록 담배에 대한 호기심 또는 흡연 욕구도 높게 나타났다. '담배광고를 본 뒤 담배가 궁금하거나 피우고 싶은 욕구를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평균 이하 6.4%, 평균 12.5%, 평균 이상 18.9%였다.

센터가 미디어 속 담배 마케팅을 모니터링 한 결과, 영화나 TV 드라마, 웹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담배 제품과 흡연장면이 노출되고 있었다. 영화의 경우 조사 대상의 50.4%, 드라마는 53.3%, 웹툰은 50.0%에서 담배와 흡연 장면이 노출됐다.

이성규 센터장은 "과거 지상파 방송국들이 자발적으로 TV에서 담배 장면을 노출하지 말자는 합의를 가지고 있었으나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담배와 흡연 장면 노출이 많아졌다"면서 "담배에 대한 간접광고, 흡연에 대한 흥미 등을 포함해 흡연 환경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를 이를 근거로 포괄적 담배광고 및 판촉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제한적 규제는 사각지대를 이용한 또 다른 담배 마케팅을 양산할 수 있다"며 "모든 형태의 담배 소비 촉진을 야기할 수 있는 광고, 판촉, 후원 행위가 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린제이 로버트슨 영국 바스대학교 담배규제연구소 박사도 "담배회사의 주장과 달리 담배소매점 내 담배 광고와 판촉은 청소년 흡연을 조장할 수 있다"며 "기존 흡연자에게 다양한 제품을 홍보하는 것 뿐만 아니라 비흡연 상태인 청소년의 흡연을 유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질랜드는 2025년까지 흡연율을 5% 이하로 줄여 담배없는 국가를 목표로 한다"면서 "한국에서는 담배의 광고 및 판촉 금지, 무광고 포장인 플레인 패키징(Plain Packaging)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