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22일 오전 8시 2분.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자동차 사장이 집을 나섰다. TV카메라를 포함한 30여명의 취재진이 그를 둘러쌌다. 사이카와 사장은 별도의 회견을 열 것이냐는 질문에 "이야기할 때 이야기 하겠다"며 차를 타고 떠났다. 비슷한 시각, 시가 토시유키 이사도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대기중인 취재진 10여명에게 "깨끗한 지배구조를 유지한 회사로 가는 것이 이사회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닛산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등을 역임한 시가 이사는 이날 오후 열리는 닛산 이사회의 의장역할을 맡았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의 해임안건을 논의하는 임시이사회를 몇시간여 앞두고 일본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일본 내에서 이른바 '곤 사마'로 추앙받아온 곤 회장의 불명예스러운 퇴진이 확정되는 자리라는 이유에서다. 과거 경영위기에 빠진 닛산에 파견된 곤 회장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2조엔에 달하는 닛산의 부채를 4년만에 갚으며 스타 외국인CEO로 부상했다. 외국인 경영자 최초로 남수포장을 받았고 TV 등에도 소개되며 높은 인기를 누린 인물이다.
특히 이날 이사회는 프랑스 르노가 일본 사법절차 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일본 검찰에 체포된 곤 회장의 해임을 보류한 지 며칠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이 쏠린다. 이는 국내외에서 이번 사태가 단순히 개인 비위가 아닌 르노와 닛산 간 내부 갈등과 알력싸움 등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곤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국가간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닛산 관계자들은 "(일본측의)쿠데타라는 말도 있지만 비리가 있는 것은 정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배구조의 문제"라며 불편한 기색도 토로했다.
일본 대표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하루동안 주요 관계자들의 일정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며 여론의 높은 관심을 시사하기도 했다. 사이카와 사장을 태운 차량은 이날 오전 8시54분께 요코하마에 위치한 닛산 본사에 들어섰다. 오전 9시 개장한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산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0.4%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NHK는 사이카와 사장의 짧은 멘트와 함께 관련소식을 보도하며 “닛산이 이날 이사회에서 곤 회장을 경영진에서 해임하며 새로운 경영체제를 구축한다”고 전했다.
또한 닛산 이사회는 이번 사태의 배경 등을 확인하고 기업지배구조 체제를 재검토하기 위해 변호사, 지식인 등 전문가로 구성된 제3자 위원회 설치도 논의한다. 앞서 사이카와 사장은 곤 회장 체포 직후 기자회견에서 "회사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전문가도 이 정도면 충분한 해임에 해당하는 심각한 부정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해임건의안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프랑스 르노는 지난 20일 저녁(현지시간) 개최한 이사회에서 일본의 사법절차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대주주 프랑스 정부의 의사를 받아들여 곤 회장의 해임을 보류한 상태다. 대신 임시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티에리 볼로레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부 최고경영자(CEO)로, 필리페 라가예트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임시 회장으로 선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성실하게 수사받겠다"더니…김호중, 아이폰 3대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