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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유리천장에 가두는 관습깨야…정의로운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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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데트레즈 교수 방한 "문화ㆍ예술의 나라 프랑스, 성차별 심각"
극단적 페미니즘은 답 아니야…남녀 모두를 위한 것

크리스틴 데트레즈 리옹 고등사범학교 교수(교보문고 제공)

크리스틴 데트레즈 리옹 고등사범학교 교수(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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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성 평등 달성이 요원하다고 해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수백 년간 인종차별이 이어졌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정의로운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프랑스의 저명 사회학자 크리스틴 데트레즈(49) 리옹 고등사범학교 교수는 '2018 교보인문학석강' 행사의 일환으로 7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강연에서 문화ㆍ예술을 포함해 학계 전반에 걸친 여성 불평등 문제를 비판했다.

데트레즈 교수는 예술과 문학의 나라 불리는 프랑스 역사에서 철저히 배제돼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 공쿠르상이 제정된 지 115년이 지났지만 여성 수상자는 열한 명뿐이다. 판테온 국립묘지에 안장된 프랑스 국가 영웅 일흔두 명 중 여성은 네 명이다. 프랑스 도시 거리에 있는 예술가ㆍ철학가들의 조각상은 대부분 남자다. 얼마 되지 않는 여성 조각상도 대개 모성애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데트레즈 교수는 "여성 영웅의 부재는 프랑스의 문화적 모순을 보여준다"면서 "여성은 오랫동안 철저하게 소외되고 배제돼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18~19세기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며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연적 차이, 뇌 구조의 차이, 출산이라는 변수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여성들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가두고 있다고 보았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법적으로 남녀평등이 보장된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뛰어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오늘날에도 많은 여성들은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법과 제도를 뛰어넘어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습과 전통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자기배제, 자기부정도 한 몫 한다.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여성 지도자나 영웅이 없는 것도 문제다.

데트레즈 교수는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을 배제한다고 해서, '우리 함께 힘내자'라는 구호만 외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뿌리 깊은 불평등의 관습과 전통을 바꿔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철저히 남성화를 통해 성공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으며 여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여성평등에 대한 주장이 여성 우월주위나 극단적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여성성의 배제 과정에서 과도하게 부풀려진 남성성 역시 되돌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최고여야 하고 강해야 하며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은 남성들의 삶 역시 피폐하게 만든다. 데트레즈 교수는 "양성평등은 결국 성과주의 문화에서 탈피하고 남성과 여성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평등을 위한 정의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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