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기민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검찰에 출석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오전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이어 “법원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했던 동료 법관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검찰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은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검찰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진원지인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연달아 지냈다. 법원행정처 주요 실무를 총괄했으며, 차기 대법관 후보 0순위로도 꼽혔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임 전 차장을 이번 사건의 혐의를 입증할 ‘키맨’으로 봐왔다.
임 전 차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의 ‘재판거래’와 진보적인 판사들에 대한 사찰, 법원행정처 비자금 조성 등 ‘사법농단’ 의혹 전반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검찰은 사법 불신의 가장 큰 역할을 한 ‘재판거래’ 의혹 관련해서 임 전 차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정치개입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소송 등에 개입한 단서를 포착했다.
임 전 차장은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해서 법원행정처가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법리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로 전달하는데도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범죄 혐의들에 대한 자문을 (청와대가 임 전 차장에게) 요청한 것”이라며 “피의자가 검찰 수사를 받기 전 대법원에서 법리 검토를 받는 건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임 전 차장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의 지시를 받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한 내용을 전달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관련 문건을 작성한 판사들로부터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임 전 차장의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이 확보한 임 전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는 다수의 ‘사법농단’ 의혹 관련 문서들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검찰 소환일인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민중당 관계자들이 임 전 차장 구속 촉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임 전 차장을 둘러싼 혐의가 방대한 만큼 조사는 상당 시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워낙 중요한 사안인 데다 국민적 관심도 집중돼 있고 조사 분량도 많아서 시간도 길어질 것”이라며 “임 전 차장 조사가 이날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아주 높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차장 조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물론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으로 향하는 수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임 전 차장이 조사를 받는 검찰 청사에는 10여명의 민중당 당원들이 ‘박근혜 개인비서였던 임종헌을 구속하라’고 적힌 손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양승태를 구속하라”, “양승태 아바타 임종헌도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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