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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세 번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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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난다. 세 번째 만남이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 동안 문 대통령이 하늘 길을 통해 북으로 넘어간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만남은 하루 또는 반나절로 짧았지만 이번에는 길다.

장소는 평양이다. 첫 번째 만남은 휴전선을 도보로 넘어 남측 '평화의 집'에서, 두 번째 만남은 휴전선을 다시 넘어 북측 '통일각'에서 열렸다. 엄중했던 북핵 위기를 담대하게 돌파했고 북ㆍ미 정상회담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평양은 이미 두 명의 대통령이 다녀갔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7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났다. 그들은 6ㆍ15 남북공동선언과 10ㆍ4 남북공동선언이라는 성과를 냈다. 11년의 단절 끝에 세 번째 만남이 성사됐다. 시간이 흘러 드라마의 주연은 남쪽의 문재인과 북쪽의 김정은으로 바뀌었다.

세 번째 만남에 거는 기대가 크다. 큰 틀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남북 정상이 같은 목소리를 냈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 이후 두 정상 사이에 인편으로 서신이 오가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러웠지만 지난 몇 개월 동안 눈앞에 성사된 일은 비현실성을 넘어 분단의 현실에 대한 생각과 인식을 바꿨다.

희망을 갖기 시작했고 조심스럽지만 통일의 가능성을 말하기 시작했다. 변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던 적대적 인식에 균열이 생기고 미국과의 대화에서 발목을 잡았던 비핵화 약속이 더디지만 이행된 결과다. 줄어드는 인식의 차이가 언젠가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얻었다.
"액션이 나와야 하는 단계다. 2박3일이면 상징적인 몇 가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이렇게 전했다. 앞선 두 번의 만남의 성격이 탐색과 공감 그리고 명분 쌓기였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담은 실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남북 군사대결로 인해 엄청난 에너지가 낭비된다. 분단 이데올로기로 인해 학문의 자유가 억압되고, 군사 대결 체제로 국민이 일사분란하게 동원돼 민주주의가 꽃피지 못하고 있다." 함석헌 선생의 이 같은 문제 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냉전적 사고에 빠져있는 일군(一群)의 잔기술을 딛고 세련된 전술이, 세련된 전술을 넘어 큰 틀의 전략이, 큰 틀의 전략을 넘어 과정에 대한 인내가 필요하다. 세 번째 만남이 시작된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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