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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흑금성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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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흑금성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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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두 편의 한국 영화가 화제다. 1편에 이어 2편까지 1000만명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가 상상력을 자극했다면 '공작'은 관객들에게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을 공개했다.

공작에서 주인공 '흑금성'은 추악한 남북 협잡을 막아 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북한과 협잡을 한다는 내용이 스크린에 비치자 많은 관객들이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1997년 대선에 북한의 개입을 막았다고 주장하는 국가안전기획부 공작원 흑금성 박채서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대북 비선으로 활동했다. 그의 활약 덕에 남북 대화가 다시 시작됐고 2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돌연 그는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6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가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다는 사실에서 관객들은 한 번 더 놀랐다.

흑금성의 예는 정권 교체 후 앞선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뒤집는 관행과 연계해볼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 방향도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라고 국민이 선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익이 걸린 외교문제에서도 이 같은 행보가 맞는 일일까.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이후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10년간 이어져온 대북 친화 정책을 뒤집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꾸로 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미국도 매한가지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특기는 'ABC(Anything But Clinton)'다. 전임자 빌 클린턴과 무조건 거꾸로 하기다. 부시 전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북 포용 정책을 죄다 지워버렸다. 악의 축 발언이 나왔고 북ㆍ미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매우 안타깝게 여겼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정부가 모처럼 공감을 형성한 상황이 뒤집힌 것을 아쉬워했다. 노 전 대통령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끈을 이었지만 이번에는 한국 정부에서 문제가 벌어졌다. 한국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 능력을 상실하자 우호적인 남북 관계는 하루살이였다.

그런 면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를 빌미로 북한에 대해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은 것이 기회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ABO(Anything But Obama)' 정책은 미국이 북한 문제에 적극 개입하게 했다.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자극하다 돌연 대화를 선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동은 이런 결과를 예상한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

한미가 북한 문제 해결에 공감을 하고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은 약 20년 만이다. 어느 정도 갈등도 있겠지만 북한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는다면 한국의 진보, 미국의 보수정권의 조합은 역대급 '케미'로 기록될 수 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보수, 미국에서는 진보가 북한문제에서 방향을 잃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 남ㆍ북ㆍ미가 벌이고 있는 협상은 노태우 정부 시절 만들어진 남북기본합의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 야당의 건전한 감시는 필요하다. 다만 동참의 시점이 너무 늦어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에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요청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게다.

문 대통령도 외교에만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아서는 곤란하다. 노 전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이 왜 수포로 돌아갔는지 냉철한 복기가 필요하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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